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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가장 긴 이름은 ‘박 하늘별님구름햇님보다사랑스러우리’라고 한다. 성을 포함 17자에 달한다. 앞에 두자, 뒤에 두자를 따서 ‘박하우리’라고 줄여 부른다고 한다.
긴 이름도 있지만 흔한 이름도 있다. 가장 흔한 게 영자, 영수라고 한다. 민망한 이름도 있다. 강도년, 창녀란 이름들이 그런 것이다. 신기한 이름들도 있다. 신문지, 박욕심, 노숙자, 한양대. . .  인터넷에 들어가면 그런 희한한 이름들은 한도 끝도 없이 많다.
이명박 대통령과 똑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은 인터넷에 이런 글도 올렸다. “누가 나 좀 살려주세요. 귀찮아 미치겠어요.”
대개 이름은 사람이 태어날 때 부모님이나 어른들이 하사하는 것이기에 작명과정에서 전혀 자신의 의견은 개입되지 않는다. 나도 모르게 내게 붙여진 것이다. 그러나 천주교에서는 영세명을 받고 이민자들이 시민권 선서를 할 때는 새 이름을 신청할 수도 있다. 그때는 자신의 주장을 펼쳐서 피터니 제임스니 혹은 앤드류와 같은 이름들이 인기를 누린다. 시민권 선서와 더불어 난데없이 예수님의 12제자 반열에 오르게 되는 경우다.
그럼 교회의 이름은 어떤가? 사도 바울은 믿음 사랑 소망은 항상 있을 것인데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고 가르치셨으매 신앙생활의 3대 덕목이라 할 수 있는 이 셋 중에서 교회 이름을 골라잡는 경우가 많다. 아마 한국에서 믿음교회, 사랑교회, 소망교회를 합치면 교단을 몇 개 차리고도 넘칠 것이다. 또는 그 지역에 제일 먼저 세워진 고참교회란 뜻에서 제일 교회란 이름도 많다. 훌륭한 성인들의 이름이나 순교자들의 이름을 딴 교회이름도 있다. 예컨대 아펜셀러 기념교회, 김대건 신부 기념성당이란 것이 여기에 속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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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이름을 지을 때 분명 오랜 기도 끝에 결정되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도 다반사인 것 같다. 어느 교회에선 그 교회에서 가장 실력(?)있는 장로 부부의 호를 따서 교회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이게 문선명 집단이나 하는 짓이지 어디 기독교나 예수교 장로가 할 짓인가? 교회당을 마련할 때 돈 좀 부담했다고 허세를 부리면서 교회가 자기 전속밴드나 되는 것처럼 떡하니 자기 호를 교회이름으로 정하자고 나오는 그 낯 뜨거운 장로는 누구이고 이를 받아주는 교회는 또 무슨 교회인가?
최근 어느 교회에서는 교회가 하도 시끄러우니 담임목사 청빙을 수락하는 조건으로 교회이름을 바꾸라고 제안했다고 한다. 교회 이름을 바꾼다고 그 ‘소송 뒤죽박죽 교회’가 새 단장하여 말끔하게 다시 태어나겠는가? 교회 이름을 바꿔 교회의 변화와 개혁이 가능해 질수 있다면야 사실 골백번을 바꿔도 환영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호박에다 색 칠한다고 수박이 되겠는가? 이름 바꾼다고 교회체질이 변화될 것이라고 믿는 것은 운명철학소가 갖고 있는 개똥철학에 불과할 뿐이다. 
요즘엔 평범을 거부하겠다는 듯이 아주 특이한 교회 이름들도 많이 등장한다. 교회이름에 센스, 영성, 실용, 지역성 등등 모두를 쓸어 담아도 이름은 결국 구별을 위해 존재할 뿐이지 교회 내면의 표현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평화 교회는 수고 없이도 평화가 넘쳐나고 은총교회는 깨달음이 없어도 그냥 은총이 넘쳐날 리가 없다. 제자교회는 실행과 헌신 없이도 교회 이름만 부여잡고 있으면 공짜로 제자가 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교회 이름이 한 교회의 신앙 고백이나 신앙의 척도를 표현해 주는 계량기라기보다는 오히려 그 교회가 추구하려는 캐치 프레이즈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영자, 영수처럼 흔하고 티 나지 않는 이름이라 할지라도 이름 탓하기 전에 이미 붙여진 이름에 충실하려는 노력이 그 교회를 더욱 빛나는 신앙 공동체로 만들어 갈 것이다.
이름값이라도 하는 교회가 되자. 특정한 교회를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예컨대 이름은 사랑의 교회라면서 싸움을 일삼지는 말고, 온 누리 교회라며 온 누리는 고사하고 내 교회 이기주의에 집착하지 말고, 연합교회라면서 분열 때문에 멍드는 교회가 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교회 이름이 민망하게 느껴진다고 손가락질 당할지도 모르니까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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