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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난 미 독립기념일 연휴를 테네시 주 개틀린버그(Gatlinberg)에서 보냈다.
스모키 마운튼 밑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이 작은 관광 도시에서 보기 드문 장면을 목격했다.
7월 4일이 시작되자마자, 그러니까 밤 12시 정각에 경축 퍼레이드를 펼치는 것이 아닌가?
로즈 퍼레이드나 메이시스 퍼레이드는 날이 밝아 시작되지만 이 도시의 독립기념일 퍼레이드는  7월 4일이 땡하고 시작되는 순간 그 오밤중에 퍼레이드를 시작하면서 독립을 경축하는 모습이 퍽 인상적이었다.
퍼레이드가 펼쳐지는 길가를 따라 빈틈없이 비치의자 등 포터블 의자들이 하루 전부터 줄지어 예약석처럼 마련되어 있었고 사람들은 더 이상의 기쁨이란 여기밖에 없다는 듯 웃고 즐기고 축하하는 모습이었다. 
“미국 사람들에게 독립기념일이란 이런 날 이구나” 를 수십 년 이 땅에 살면서 처음 감동적으로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미국 독립의 날이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처럼 멀게만 느껴지건만 지금도 그날을 기억하며 오늘의 위대한 아메리카를 즐거워하는 미국 국민들. . .거기 민주당이나 공화당, 무슨 ‘티 파티’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고 오직 아메리칸이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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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반성해야 할 것이 이것이다.
기억하며 살아야 할 것들을 너무 쉽게 망각해버린다는 것이다.
이번 주 7월 27일은 한국전쟁 종전 기념일이다.
이를 기억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미국은 아예 지난해부터 국가가 지켜야 할 기념일로 정해 놓았다.
이름하여 National Korean War Veterans Armistice Day.
이 기념일 제정을 위해 한인 2세들이 ‘리멤버 7. 27’이란 걸 조직하여 워싱턴 DC를 중심으로 열심히 로비를 벌인 결과 마침내 기념일 제정이 성사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날 백악관을 비롯한 모든 관공서, 일부 주 정부 청사에는 성조기가 조기로 게양되었다.
미국에서 조기를 게양하는 기념일은 피스 오피서 메모리얼 데이, 현충일, 페트리엇 데이, 진주만 공격일 정도라고 한다.
베트남 참전용사들도 엄청 많을 텐데 베트남 전 종전 기념일은 없지 않은가?
그런데 6. 25 종전을 기념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기념일이 제정되었다면 이게 보통일인가?
이 정도면 전쟁 당사국이었던 우리 한인들도 뭔가를 하고 넘어가야 옳았을 텐데 한국의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판에 정신 파느라 어물쩡 넘어갔다.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너무 쉽게 잊고 있다.
신앙생활의 기본도 사실은 ‘리멤버’ 즉 늘 기억하는 것이라고 요약할 수도 있다.
유대 민족의 최대 경축일인 유월절도 사실은 리멤버를 위한 것이다.
예수님도 십자가에 달리시기 전날 밤 제자들과 그 유월절을 지키셨다.
흔히 ‘최후의 만찬’이라고 부르는 그 만찬의 키워드도 리멤버였다.
주님께서 빵과 포도주를 제자들과 나누시며 “나를 기억하라”고 하셨다.
주님의 대속적인 죽음을 잊지 말고 리멤버하라는 부탁이셨다.
그래서 오늘날의 모든 교회들은 예배당 앞자리에 그 ‘리멤버 테이블’을 마련해 놓고 가능하면 매주 성만찬에 참여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수많은 아랍 국가들과 맞짱 뜨면서도 절대 기죽지 않고 꿋꿋하게 버티며 살아남고 있는 이유는 아마도 리멤버에 충실한 민족이 되었기 때문이리라.
그들은 예루살렘이 멸망하던 날 로마황제 타이터스와 ‘통곡의 벽’을 잊지 않았고 마사다와 아우슈비츠에 대한 비극적인 굴욕의 역사를 망각하지 않고 리벰버 해 왔기 때문에 지금은 그 누구도 쉽게 건드리지 못하는 강한 민족으로 우뚝 서 있는 게 아닌가?
그리 멀지 않은 우리들의 비극적인 민족 역사, 예컨대 한일합병, 한국전쟁 등을 유대인들만큼 기억하며 우리는 오늘의 역사를 살아내고 있는가?  
리멤버, 즉 기억능력이 떨어지면 치매환자가 되듯 자신들의 과거를 기억할 줄 모르는 국가와 민족이라면 국제사회는 그  들을 치매환자로 취급하여 왕따시킬 것이 뻔한 일이다.
그리스도인들만이라도 앞장서서 리멤버에 충실한 민족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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