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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순 목사

<충신교회>




아버지 하는 일은 인간의 영혼 살리는
지상 최고의 사역, 스스로 비하 말아야



Q: 제 아버지는 지방 중소도시에서 목회를 하십니다.
외아들인 전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교인들이 걸핏하면 목사아들이라며 이 일 저 일로 저를 들먹입니다.
그들의 따가운 시선도, 관심도 싫습니다.


아버지가 목사님이지 제가 목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부모님은 제게 대학 졸업 후 신학을 하라면서 기도를 하고 계십니다.


그것도 싫습니다.



A: 대학 재학 중이라니 사춘기는 지난 것 같고 청춘기라고 불러야 할까요.


싫은 게 많군요.


목사님 아들더러 “너는 목사 아들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제게도 삼남매가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목사 딸, 목사 아들 소리를 들으며 자랐습니다.


“우리 아버지가 목사지 나는 아니야”라고 하면 상황 탈출이나 변동이 가능할까요.
아닙니다.


달라지는 것이 없습니다.


다른 상황을 설정해 보십시다.


“너는 대통령 아들이야, 너는 재벌 총수의 아들이야”라는 경우라면 마냥 좋고 행복할까요.
가치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생각과 행동이 달라집니다. 부친인 아버지가 하는 일이 무엇입니까.
인간의 영혼을 살리고 돌보는 최고 최상의 사역입니다.


그 사역을 정치가 사업가 교육가 예술가에 비할 수 있겠습니까.
스스로 비하하지 마십시오.


상처받은 자존감을 극복하지 못하면 일생 동안 넘어서기 힘든 트라우마의 덫에 걸린 채 살게 될 것입니다.


교인들에게 당부하고픈 말도 있습니다. 김아무개는 목사의 아들입니다.


목사의 아들이라며 이러쿵저러쿵 입방아를 찧는다면 한 젊은이에게 안겨줄 상처가 얼마나 클까를 생각해야 합니다.


교수 아들 사장 아들 장로 아들 권사 아들이라면서 지나치게 간섭하면 어느 아들, 딸이 견딜 수 있겠습니까.


목사이기 때문에 차별화되어야 하는 것처럼 목사의 아들이기 때문에 져야 할 짐이 있습니다.
그러나 무거운 짐이 되면 안 됩니다.


목회자의 자녀들 역시 평범한 관심과 이해가 필요한 존재들입니다.
내 아들이고 내 딸이라는 배려가 필요합니다.


아들이 신학을 하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목사님 내외분에게 당부합니다.


일반적으로 의사 자녀들이 의사가 되고, 교수 자녀들이 교수가 되고, 사업가 자녀들이 사업가가 됩니다.


목사님 입장에선 아들이나 딸이 뒤를 이어 목회자가 되기를 바라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강요하지 마십시오.


자녀는 부모의 이상 실현의 도구도 아니고 못다 이룬 꿈의 완성자가 아닙니다.
그렇게 될 수도, 되어서도 안 됩니다.


스스로 선택하도록 하십시오. 그리고 하나님의 소명을 기다리십시오.
목사 말고도 주를 섬기는 길은 많습니다.


대통령 아들이니까 꼭 대통령이 돼야한다는 논리가 부적절한 것처럼 목사의 아들이니까 목사가 돼야한다는 논리 역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단 목사나 그 자녀들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는 것은 늘 유념하는 게 옳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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