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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웃에 있는 ‘명예의 거리(Walk of Fame)’는 바람 잘 날이 없다.


그 명예의 거리에 이름을 올린 사람들, 그러니까 이름만 들어도 세상 사람이 다 알고 있는 유명한 스타 인생들이 명성에 걸 맞는 존경은 커녕 비판의 도마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길바닥에 이름을 새겨놓은 그 별 모양의 플레이트를 곡괭이로 파가지고 망가트려 놓던가 이름위에 별의별 낙서를 해서 스타들에게 모욕을 주고 있는 것이다.


명예의 거리는 1978년에 로스앤젤레스의 역사문화기념물로 지정된 만큼 타 지역이나 외국에서 LA를 찾는 이들에겐 유명한 관광코스다.


자기가 좋아하는 스타의 이름을 발견하면 길바닥에서 환호성을 지르며 그 별자리 위에 서서 사진촬영을 하고 난리들이다.


이 명예의 거리는 할리웃 블러버드를 따라 동서로는 가워 스트릿에서 라브레아 애비뉴까지, 바인 스트릿을 따라 남북으로는 선셋 블러버드에서 유카 스트릿까지 뻗어있다.


1959년 할리웃 상공회의소에 의해 설립된 이 명예의 거리는 처음 반년 만에 1,500개 이상의 별이 입성했고 1994년에 2,000개를 넘어섰다고 한다.


갈색 사각형 중앙에 분홍 색깔의 별 모양으로 된 플레이트엔 이름과 그 사람이 공헌한 분야를 표현하는 5개 심볼 가운데 하나가 부착되어 있다.


심볼 가운데 영화 카메라는 영화 산업에 기여한 자, 텔레비전 수신기는 텔레비전에, 축음기판은 음악 분야에, 무선 마이크는 라디오 산업에, 그리고 가면은 연극 분야에 기여한 자를 의미한다.


그런데 여기 입성한 인물가운데 현재 세계 최고의 유명세를 타고 있는 대스타의 이름을 아시는가?
바로 도날드 트럼프란 이름이다. 시방 우리들의 대통령, 그 분이 왜 그곳에?


부동산으로 부자가 된 트럼프가 정계 입문 전에는 2004년부터 2015년까지 NBC의 리얼리티 쇼 ‘어프렌티스’란 프로의 진행을 맡은 적이 있다. 그때의 공헌으로 텔레비전 수신기 심볼과 함께 명성의 거리 주인이 된 것은 좋았으나 그가 정계로 나간 후 급기야 대통령이 되면서 그는 명성이 아니라 온갖 험한 욕을 바가지로 먹고 있는 스타가 되고 말았다.


동성애 지지자들의 축제인 ‘레인보우 퍼레이드’가 매년 열리는 웨스트 할리웃 시는 시의회에서 공식적으로 할리웃 명예의 거리에서 트럼프의 이름을 치워달라고 결의 했다.


또 누군가가 망치로 트럼프의 별을 산산이 쪼개 망가트려 놓기도 했다. 반달리즘이었다.


그의 별 위에는 인종주의자, 성전환자들에 적대적 감정을 갖고 있다는 뜻의 ‘트랜스포비아’, 동성애자를 무서워하는 ‘호모포비아’란 스티커가 붙어 있는가하면 ‘저항하라’며 ‘리지스트(Resist)’란 스티커도 붙여진 적이 있다. 지난달엔 플라스틱 지저스란 사람이 그 트럼프의 별 위에 메탈로 된 네모난 감옥 창살을 만들어 양면 테입으로 붙여놓고 이를 비디오로 찍어 트위터에 공개하기도 했다. 그를 감옥에 가둬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명예의 거리에서 추락하는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 뿐 만이 아니다. ‘국민 아버지’ 빌 코스비는 더 크게 추락하고 있다.


‘코스비 쇼’는 1984년부터 6년 동안이나 방영된 NBC의 간판시트콤이었다.


이를 벤치마킹하여 한국에선 ‘순풍산부인과’란 시트콤이 히트를 친 적이 있다.
얼마나 자상하고 코믹한 아버지로 그려졌으면 국민 아버지란 소리를 듣게 되었을까?


그런데 지금 명예의 거리에 있는 그 국민아버지의 별자리에는 ‘연쇄 강간범’이란 스티커가 붙여져 있다.


이런 불명예가 어디 있을까? 그는 ‘미투운동’이 시작되면서 성폭력혐의로 기소된 후 10년 이하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수감된 최초의 스타가 되었다. 지난주에 일어난 일이다.


국민 아버지가 순식간에 연쇄강간범으로 추락한 것이다.


추락하는 명예엔 날개가 없다.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에겐 명예의 거리에 낄 건덕지도 없고 추락할 명예도 없다고 방심해도 되는 것일까?


사실 우리 주변에도 그 명예가 뭔지 감투 욕심, 돈 욕심을 부리면서 명예에 환장한 사람들이 있기는 하다.


함량미달인줄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감투욕심을 내다 결국 허튼 수작 끝에 명예는 고사하고 꼴불견이라고 손가락질을 당하는 이들은 얼마나 많은가? 목사 가운데도 수두룩하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평범한 우리에게도 명예는 있다.


목사도 명예요, 박사도 명예, 장로, 집사란 직분도 명예에 속한다.
아버지는 명예가 아닌가?


아버지도 명예다.


내가 아버지인 것도 명예이고 어머니로 사는 것도 명예다.


우리 자녀들에게 아버지와 어머니는 얼마나 명예로운 존재들인가?


할리웃 명예의 거리가 아니라 아버지, 어머니가 새겨진 자식들 가슴속의 명예의 거리는 부모 인생에 걸어주는 훈장이자 면류관이다.


그리스도인에겐 더 아름다운 명예도 있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특권층으로 변신했다.
그 ‘하나님의 자녀’란 명예보다 더 값진 것이 어디 있을까?


세상의 명예는 돌보듯 하면서 하나님 자녀로서 누리는 명예에 늘 기쁘고 감사하여 주님 바라보며 올곧게 걸어가는 인생길이 곧 명예의 거리다.


나는 죽고 주님의 명예만 드러내는 바로 그 명예의 거리...
<크리스찬 위클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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