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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길 CBS 사장




편성국장 임기를 마칠 즈음에 노조위원장이 찾아왔다.


한 번 더 편성 국장을 맡아주면 어떻겠냐는 권유였다.


나는 그 권유를 받아들이지 못했는데, 편성국장의 업무와 관련된 것이 아니라 다른 이유가 있었다.

편성국장은 내가 독수리가 되어 날기 위한 준비 단계였다면, 편성국장을 거친후에 도전 목표는 CBS의 사장이 되는 일이었다.


그래야 CBS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할 수 있었다.


편성국장 시절에는 CBS가 추구할 방향에 대해 사장님과 의견 충돌이 있었다.


방송 편성과 제작에 대한 의견차이가 있기도 했고, 회사 경영 전반에서도 사장님과 견해가 좁혀지지 않아서 답답할 때가 있었다.


나는 2009년 4월, 사장 선거에 나가기 위해 회사에 사표를 냈다


생명을 살리는 CBS를 만들어 한국교회의 변혁을 이루어야 한다는 다짐이었고,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독수리' 비전인 'CBS의 사장'이 되기 위한 발걸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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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40대의 젊은 나이에 사장 선거에 나온다고 하자, 회사 안팎에서는 다들 당황스러운 눈치였다.

이미 50대 후반의 편성국과 보도국 출신의 선배들이 막강한 사장 후보로 표면화 되어 있었다.

그러나 CBS 변화에 대한 강력한 열망으로 가득 찬 나는 사장 선거의 객관적인 정황에 괘념치 않고 사장선거에 나가기로 결단하였다.


내게 사장 선거 구도는 결코 호의적이지 않았다.


나를 아끼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이번 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너무 빠른 듯 하니, 6년 후에 출마하면 좋겠다는 진심어린 충언을 하기도 했다.


독수리의 비전을 주신 목사님 조차 하나님의 뜻을 구하고 그분의 뜻 안에서 선거에 나가길 바란다면서, 거듭 신중하라고 조언하였지만 내 태도는 단호했다.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사명인데, 도전하겠습니다."


그랬더니 목사님도 한걸음 물러나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


어쩌면 누군가 40대에 사표를 던지고 사장이 되겠다고 한다면 나 역시 말렸을지도 모른다.

사장선거 한달을 남겨두고도 결심을 바꾸지 않자, 지인들이 놀라서 되묻기도 했다.


"선배, 진짜 출마하세요?"


"한창 일할 나이인데, 다음 기회에 하시면 안되나요?"


어떠한 말에도 내 의지를 굽히지 않았더니 '모종의 뒷배가 있는게 아니냐', '사장님이 은근히 후임자로 내정한지도 모른다'는 루머가 돌았다.


아내는 간혹 걱정스러운듯 했지만, 내색 없이 내게 힘을 실어 주었다.


나의 선거 운동은 새벽마다 동네 뒷산에 올라 기도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새벽기도를 마치고 나서 투표권을 가진 19명의 재단 이사들을 찾아다니며, 든든한 지지자 없이 단독으로 선거 운동의 행보를 이어갔다.


"CBS에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 변화의 주역이 되고  싶습니다."


이사들과의 만남은 한 달이면 될 것 같았지만 턱없이 부족했다.


선거 운동을 하면서 예상 외의 복병들이 드러나서 때로는 나약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내가 해야 할 몫은 최선을 다해 정도(正道)의 선거운동을 치루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치적으로 볼때 여러가지로 눈에 솔깃한 선거 운동제안도 있었지만, 나는 기도하며 이사들을 만나 내 뜻을 잘 전달하는게 최선이라 생각했다.


2009년, CBS 사장 선거는 1차에서 사장 후보 14명중 본선 후보 3명을 선발하였는데, CBS 직원대표 2명과 이사회 대표 3명, 교계대표 1명, 이렇게 6명으로 구성된 사장추천위원회에서 본선진출자를 위한 선거가 이루어졌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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