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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웰스파고 은행의 30년 단골고객이다. 


웰스파고 크레딧 카드, 웰스파고 데빗카드, 그리고 라인오브 크레딧 카드까지 내 지갑은 온통 웰스파고가 지배(?)하고 있다.


그것만이 아니다. 


집을 살 때도 융자는 웰스파고였다. 


그리고 집값이 조금 오르면 곶감 빼먹듯 야곰야곰 에퀴티를 뽑아 아이들 대학 학자금을 충당했다. 


그러니까 지금 살고 있는 집도 사실은 내 집이 아니라 웰스파고 것이라고 보면 된다. 


그러니까 나의 이민생활은 웰스파고와의 동행이었다.


그래서인지 은행창구에 서면 텔러들이 벌떡 일어나 “30년 고객이 되어주심을 감사한다”고 말한다. 


기분이 좋아진다. 얼마 전까지는 길게 늘어선 줄에 서지 않고 ‘프리미어 라인’이라고 직행창구를 만들어 놓고 오랜 고객들을 예우하기도 했다. 


지금은 온라인 뱅킹을 이용하기에 은행에 들릴 일은 많지 않지만 그래도 은행가는 날은 특급대우를 받는 것 같아 기분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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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웰스파고에서 빠져나오라고 말하고 있으니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중이다.


‘빌리 그래함 전도협회’의 프랭클린 그래함 목사가 웰스 파고 보이콧 운동을 주도하면서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자기의 보이콧 운동에 동참해 달라고 지난주부터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도 웰스파고에서 “방을 뺐다”는 것이다. 다른 은행으로 어카운트를 옮겼다고 말하고 있다.


이유는? 


웰스파고가 레스비언 커플을 들이대서 TV 광고를 제작하고는 동성애를 적극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도덕적 타락(moral decay)과 결투를 벌이기 위해” 우리는 웰스파고 보이콧 운동을 벌여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금 한인교계 일각에서는 이번 달 미 연방 대법원이 동성결혼이 헌법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심의하여 최종 판결을 내릴 예정이라고 하자 대대적인 기도운동을 펼치고 있는 중이다. 


대법원 판사 9명의 마음을 움직여 미국이란 나라 전체가 결단코 동성애를 합법적으로 인정하는 결과가 초래되지 않도록 하나님의 간섭이 있기를 기도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 우리들의 이 기도가 그대로 이루어지기를 기도하는 마음 나 역시 간절하다.


이런 마당에 나온 그래함 목사의 웰스파고 보이콧 운동은 아주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다가도 그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그럼 이달에 있을 대법원 판결에 관계없이 동성애를 지지하는 모든 기업이나 상품을 보이콧하는 일로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찾아야 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우리는 동성애 논란 따위는 아예 거론조차 할 수 없는 아프리카나 사우디 아라비아와 같은 중동의 모래밭으로 이민을 갈 수밖에 없다.


웰스파고가 아니라 난 매일 호주머니에 아이폰을 만지작 거리며 산다. 


제법 나이가 들었음에도 그 아이폰이 없으면 거의 패닉상태에 빠진다. 


그 아이폰을 만들어내는 애플사는 대놓고 동성애를 지지하는 기업이다. 


요즘 일부 어른들도 스타벅스 커피가 아니면 커피가 아닌 것으로 취급해 버린다. 


스타벅스 역시 대놓고 동성애 지지를 부르짖는다.


그뿐인가? 


코카콜라, AT&T, 뱅크오브 아메리카, 베스트 바이, eBay, JC페니, 월트 디즈니, 홀푸드 등등 우리가 눈뜨고 일어나면 매일 부딪치고 살아야하는 것들이 모두 동성애 지지를 외치는 기업들이다.


스타벅스 커피 안마시고, 아이폰 집어 치우고 코카콜라 안마시고, 제이시 페니나 바나나 리퍼블릭에서는 절대 옷을 안산다며 아주 꼼꼼하게 동성애 지지기업을 보이콧하는 것으로 얼마나 그들에게 타격을 줄 수 있을까? 


아니 타격을 주는 게 아니라 일상의 불편함을 우리가 얼마나 감래하며 그 보이콧 대열에 얼마나 오래 서 있을 수 있을까?


동성애를 반대한다고 하면서 동성애를 지지하는 기업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그대로 받고 애용한다면 그건 신행 불일치(신앙과 행동의 불일치)요, 혹은 언행불일치(말로는 반대하면서 행동으로는 묵인하는)란 말로 정죄받아야 하는가? 


이것이 고민이다.


좌우지간 웰스파고 때문에 기분이 찜찜하게 되었다. 


그냥 고객으로 남아 있자니 프랭클린 그래함 목사님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나의 동성애 반대 입장에 역행하기 때문에 웰스파고에 대한 이미지가 꿀꿀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단칼에 달려가서 구좌를 모두 파내어 다른 은행으로 옮기는 게 능사일까? 


사실 다른 은행을 찾아봐도 동성애 반대한다고 대놓고 외치다가는 망하기 십상인 시대적 환경 속에 감히 어느 은행이 동성애를 반대하는 크리스천들만 고객으로 모시겠다고 나서겠는가?


어차피 모래사막 중동으로 이민 갈수 없는 처지라면 동성애 잇슈를 부등켜안고 영적 씨름를 계속해야 하지만 꼭 동성애만 죄라고 외치면서 우리 시대의 허다한 다른 죄에 대해서는 적당히 묵인하고 지나가는 우리들의 죄의 잣대도 다시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어야 할 것 같다.


아아! 골치아픈 동성애, 어디 외계인에게 팔아 버릴 수는 없을까?


<크리스찬위클리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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