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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엄쉬엄 살아가자고 말하면 건달이 비아냥거리는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다. 


인생은 단거리가 아니라 마라톤이라고 타이르면서 천천히 살아가라는 책들도 수없이 쏟아져 나온다.


느림의 미학이라느니, 조급하게 안달하지 말고 너그럽게 심호흡을 하면서 살아가라는 지당하신 말씀들이지만 그러다가는 뭘 먹고 살게? 대뜸 그런 대꾸가 튀어나올게 뻔하다.


그래서 너나 할 것 없이 우리는 너무 바쁘다. 


전화가 없어 편지지에 글을 써서 소통하던 때도 있었다. 


편지지는 이제 호랑이 담배 피던 전설 속으로 사라져 버리고 스마트폰 문자나 카톡을 통해 번개같이 빨라진 소통의 시대에 살고 있으니 더 많은 여유를 부리며 살아가야 이론적으로 맞는 소린데 여유는 고사하고 더 바빠서 허둥대고 있지 않은가?


그런 상상초월 초스피드 시대에 적응하느라 눈 코 뜰 사이 없는 사람들에게 좀 쉬엄쉬엄 살아가시라고 하면 코방귀를 뀌던가 정신 나간 소리라고 무시해 버릴 것이다.


일을 중단하고 쉬는 것은 죄악일까? 이 나라에 도착한 청교도들은 ‘게으른 자는 악마의 일을 도모한다(Idle hands were the devil's workshop)’는 노동철학을 가지고 죽자 사자 일에 빠져 살아왔으니 노는 것을 죄악시하는 건 이미 그 시대부터 비롯되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죽어라 일만 하는 게 과연 아름다운 덕목인가? 일을 접고 쉬는 행위는 부덕이고 죄악일까?


지난주 타임지가 밝힌 통계를 보니 전형적인 미국 성인 노동자의의 유급휴가 일수가 1980년도엔 평균 21일이던 것이 지난해 2014년엔 16일로 줄어들었다. 


점점 노는 날이 줄어들고 있다. 


이것도 그럴듯한 직장에서나 있을 법한 애기지 불법 체류자나 파리 목숨이라는 계약직 노동자들에게는 유급휴가? 


그건 그림의 떡일지도 모른다.


OECD 자료에 따르면 룩셈부르크는 35일 유급휴가 보장, 노르웨이나 스위스 같은 나라들은 29일, 28일의 유급휴가를 보장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 나라들의 1인당 국민총생산이 미국을 훨씬 앞지르고 있다는 사실이 미국인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다.


놀 때 안 놀고 일에만 매달린다하여 생산성이 향상되는 것도 아니고 쉴 줄 모르는 인생이 성공했다고 소리쳐 봐도 그걸 성공으로 간주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베이케이션? 그런 여유가 어디 있냐며 그냥 집에서 뭉개는 스테이케이션으로 휴가를 때우려는 사람들은1910년대 윌리암 태프트 대통령이 미국인 노동자들은 적어도 2~3개월의 휴가를 가져야 된다고 주장했던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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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목회자들은 대부분 사역 중심, 일 중심의 생활이 체질화되어 거의 쉼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쉼과 여가를 모르는 목회자들의 일상은 이민교회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목사는 기름칠만 하면 시도 때도 없이 아무 때나 작동되는 철제구조물로 착각해서 인정머리없게 자신의 육체를 혹사시키는 분들을 흔히 목격하게 된다. 


그걸 주님에 대한 헌신이요, 충성이며 성령 충만이라고 말한다. 


정말일까? 자신의 육체를 제대로 건사하지 못하고 자식이나 가정을 우습게 내 팽개치며 일에 중독이 된 목사를 훌륭한 목사라고 찬사를 보내는 게 옳은 일인가?


한국의 한 잡지사가 지난 2012년 목회자 350명을 대상으로 목회자의 쉼과 건강문제를 설문조사한 결과, 목회자 56%가 하루 수면 시간이 5시간 미만이라고 응답했다.


피곤을 느끼는 이유에 대해서는 162명인 46%가 수면부족, 95명인 27%는 바쁜 사역 때문이라고 답했다.


하루 5시간 잠자고 분주한 하루 일과를 제정신으로 소화해 낼 수 있을까? 

수면부족 때문에 심방가서 무슨 헛소리가 나올지 모른다.


우리 목사님은 하루 종일 코 박고 기도만 하신다며 사람들에게 신령한 자기 목사 자랑하고 다니는 시답잖은 교인들에게 휘둘리다간 목사의 육체는 망가지고 우울증에 빠지거나 심장병에 걸려 수술을 받는 날이 도래할지도 모른다.


목사에게 제대로 쉼과 여가가 없는 한 그의 목회가 건강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 아니겠는가? 

그러니까 좀 놀면서 일하자는 것이다. 


목사는 늘 바빠야 한다는 고정관념부터 깨버려야 한다. 


수첩이나 스마트폰에 빼곡하게 하루 스케줄을 입력시켜 놓고 수시로 이를 체크하기 위해 조바심을 벌이는 목사들을 보면 마치 심장은 없고 기계가 움직이는 것 같은 비인간성을 느낀다.


여가와 쉼을 죄악시하는 신학적 한계를 벗어나서 쉼의 문화를 교회 안에 정착시켜야 한다는 주장에 나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인간이 하나님이 되신 예수, 기적을 밥 먹듯 행하신 가장 미스테리한 그 분조차도 육체의 쉼을 외면하지 않으셨음을 기억해야 한다. 


가던 길을 멈추고 구경도 하고 먹고 싶은 것도 찾아 먹고 살자. 


교인들 눈치 보지 말고 “휴가는 꼭 찾아먹는 우리 목사님”이라는 고정관념을 심어주자. 


그래서 이번 여름엔 목회 잘해서 출세해 보겠다는 성공강박증 따위는 훌훌 벗어던지고 사모님, 아이들이랑 멀리멀리 여행이나 다녀오세요, 목사님.


<크리스찬위클리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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