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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정색 복장을 착용한 움트다 회원들이 2019년 8월 서울 명동의 한 사무실에서 '성폭력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폭력에 저항한다'는 취지로 펼쳐진 '검은 목요일' 캠페인 활동을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ㅋ

 

'여성목사 안수'를 허락하는 교단은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과 예장백석 한국기독교장로회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기독교대한성결교회 기독교한국침례회 등이다.

한국에서 가장 처음 여성 안수를 허락한 교단은 기감이다. 

기감은 1955년 전밀라 명화용 등 여성 전도사를 목사로 안수했다. 

하지만 여성 안수 67년을 맞은 기감조차 여성 목사가 연회 감독이 된 예는 없다. 

다른 교단도 상황은 비슷하다. 

여성 담임목사는커녕 부목사로서 전임 사역을 하는 이들을 찾기도 쉽지 않다.

여성들의 위태로운 지위는 목사 뿐만이 아니다. 

장로를 비롯해 성도 모두의 공통 문제다. 

많은 여성들은 남성들이 기득권을 지닌 교회에서 차별에 직면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교회 여성 네트워크 '움트다'(대표 전수희 목사)가 2019년 출범한 건 여성과 남성이라는 구도로 오랜 세월동안 갈라진 교회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동사인 움트다의 사전적 의미는 '싹이 새로 돋아 나오기 시작하다', '기운이나 생각 따위가 새로이 일어나다'이다. 

여성들이 연대해 교회 안에 새로운 문화를 싹틔운다는 뜻을 담았다. 

물론 교회 내 여성 지위를 향상해 기득권을 누리겠다는 취지의 모임은 아니다. 

여성과 남성 구분 없이 하나님의 자녀로서 교제하고 봉사하며 목회하는 미래를 지향하는 공동체일 뿐이다.

지난 29일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대표 전수희(43) 목사는 "신앙 안에서 모든 교인이 자매이자 형제로 동등한 권리를 지녔지만, 교회 현장에서 느끼는 온도 차는 분명 있다"면서 "움트다는 오랜 차별에 노출된 여성들이 나이와 직분을 뛰어넘어 연대해 만든 네트워크다. 여성과 남성이 함께 하나님 나라를 꿈꾸는 동역자가 되는 미래상을 지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송파구 은현교회(강석형 목사) 교육목사인 전 목사는 장로회신학대에서 교역학석사를 마쳤다. 

2017년 예장통합 서울강동노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은 뒤 움트다 창립 때부터 대표를 맡고 있다.

여성들만 가입할 수 있는 움트다에는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초교파 여성 목회자와 신학생, 평신도가 활동하고 있다. 

남성에게는 회원권을 개방하지 않지만 자발적으로 후원금을 보내는 이들은 여럿 있다고 한다.

교회 내 여성들은 얼마나 차별적인 환경에 노출돼 있을까. 

전 목사는 "교회 안에서는 차별이 일상"이라고 했다. 그는 "여성들이 설 자리가 없다는 게 가장 큰 차별 사례"라면서 "적지 않은 여성 목사가 안수받기 전에는 전임 전도사로 사역하다가도 안수만 받으면 파트 타임 사역으로 전환한다"고 전했다.

전임은 교회의 직원과 같은 의미다. 

반면 파트 타임은 아르바이트와 마찬가지로 정해진 시간만 사역하는 비정규직 목회자를 말한다. 

여성들이 목사 안수를 받은 뒤 신분이 더욱 불안해지는 건 남성 목사들에게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이어 "비단 목회자가 아니더라도 여성 평신도들은 오랫동안 '남자가 할 일과 여자가 할 일'이라는 이분법 속에서 순종만을 강요당했다"면서 "움트다라는 공동체 안에 모여 이런 아픔을 공유하고 서로를 위로하고 치유하면서 건강한 교회의 목회 환경을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움트다는 여성들에게 안전한 공간을 제공한다. 

옴트다라는 울타리가 여성들에게 가장 편안한 보금자리가 되도록 하자는 취지에서다. 

연대를 위해 가장 먼저 활용한 건 유튜브 채널 '움트다'였다. 

이 채널에는 한국은 물론이고 세계 각국 여성들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각자의 고백은 개인의 영역 안에 매몰돼 있던 아픔을 나누고 공유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서로를 이해하고 상처를 싸매는 통로가 되는 셈이다.

'오픈 움트다'라는 자유 발언대도 눈길을 끈다. 

코로나19 중 움트다는 매달 줌(Zoom)을 통해 만났다. 

전 목사는 "남성보다 강단에 설 기회가 적은 여성들이 자기 생각을 말하고 표현하는 자리가 오픈 움트다"라면서 "발언자의 뜻에 따라 '채식' '힘이 돼 주는 노래' 등 자유로운 주제로 발표하고 대화한다"고 했다.

움트다 산하 움트다 연구소가 진행하는 '여성주의 예배'는 여성만의 예배가 아니라 여성이 준비하지만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예배를 지향한다. 

장기적으로는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평등한 교회를 세운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움트다에는 남성과 여성 사이의 차별을 극복하는 게 교회의 미래를 준비하는 첩경이라는 공감대가 있다고 했다. 

전 목사는 "남성과 여성이라는 구분 대신 하나님의 똑같은 피조물로 사역의 영역도 나누지 않고 달란트대로 헌신할 수 있는 교회 문화가 필요하다"면서 "교세가 빠르게 줄고 있는데 더 줄기 전 이런 문화를 정착하고 건강한 교회로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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