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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쾌 장로

 

“비록 무화과 나무가 무성치 못하며 포도나무에 열매가 없으며, 감람나무에 소출이 없으며 밭에 식물이 없으며 우리에 양이 없으며 외양간에 소가 없을 지라도.
나는 여호와를 인하여 즐거워하며 나의 구원의 하나님을 인하여 기뻐하리로다”(하박국 3장 17-18)
3년 전인가 어느 토요일 새벽.
우리는 샌프란시스코의 한 기도모임에 같이 참석했습니다.
재상이 兄은 우리기도모임의 회원은 아니었지만 한번 같이 참석해보자는 필자의 권유에 못 이겨 이스트베이지역에서 새벽에 베이브릿지를 건넜습니다.
그날 모임은 구약의 하박국 선지자의 질문과 하나님의 묵시에 관한 말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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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박국은 당시 불의와 악인의 발흥에 대해 신앙적 질문을 던지고 하나님께서는 다만 참고 기다리며 믿음으로 말미암은 삶을 경주하라 하셨습니다.
재상이 兄과 필자는 모임이 끝난 뒤 하박국의 질문이 오늘날 크리스찬들의 고뇌가 아니겠냐며 서로 반문하면서 자칫 하박국의 이름이 호박국으로 불릴까 우려스럽다며 한바탕 웃은 기억이 생생합니다.
누워있는 재상이 兄을 보고 하박국 말씀을 듣던 새벽기도모임이 떠올랐습니다.
재상이 兄은 지금 병상에 누워 요양 중에 있습니다.
화요일 아침 재상이 兄은 눈을 감고 있었습니다.
호박국 아닌 하박국 말씀을 같이 묵상했던 내가 왔노라고 그의 귓가에 조용히 입을 가져갔습니다.
兄! 얼른 일어나서 하박국 다음의 성경 얘기도 해야할꺼아냐? 그리고 기도했습니다.
재상이 兄의 눈에서 눈물방울이 귓가로 흘러내렸습니다.
충청남도 부여군 세도면까지 우리는 본적지가 같습니다.
형은 청송리 저는 귀덕리이니까 우리들의 아버지들은 같은 우물물을 마시셨을 거라고 재상이 兄은 고향얘기를 할 때는 늘 이 말을 빼놓지 않았습니다.
형의 부친은 납북되셨고 저의 부친은 퇴각하는 인민군들에게 총살을 당하셨으니까 아버지들의 운명도 비슷하셨습니다.
샌프란시스코 한국일보에서 재상이 兄은 논설위원으로 필자는 편집국장으로 수년간을 같이 일하기도 했습니다.
저의 우스개소리에 눈물을 보이시며 살짝 고개를 끄덕여 네 말을 들었노라 표시하시던 재상이 兄을 뒤로한 채 저희 부부는 다시 기도했습니다.
“주 여호와는 나의 힘이시라. 나의 발을 사슴과 같게 하사 나로 나의 높은 곳에 다니게 하시리로다….(하박국 3:19)
주님, 우리의 힘은 오로지 여호와 하나님이심을 우리가 굳게 믿습니다.
재상이 兄을 붙들어 주시사 사슴의 발과 같게 하시옵소서. 아멘.
<본보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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