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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쾌 장로




저녁식사를 한지도 서너시간이 지난것 같았습니다.


식탁 쟁반위에 놓여있는 홍시가 넌지시 유혹을 합니다.


사실 요즘은 TV, 신문, 스마트폰, 어느것을 열어봐도 눈도 귀도 피곤할 뿐더러 마음까지도 너덜너덜 해진것 같습니다.


고국의 혼란스러운 국정이 끝이 안보이는 것 같기도 합니다.


거기에 또 어느 교회의 분쟁소식도 마음을 더욱 어지럽게 만듭니다.


인간은 왜 부패하고 싸우며 과연 무엇이 인간을 그토록 싸움질 하고 부패하게 만들까?


권력일까 돈일까?


고국의 어수선한 국정도 또 그 교회의 분쟁도 끝에는 돈이 관련돼 있었음을 알았습니다.


성경은 돈을 사랑함이 일만악의 뿌리가 되나니...(디모데전서 6장 10절) 라고 경고하지만 "이것을 (돈) 사모하는 자들이 미혹을 받아 믿음에서 떠나 많은 근심으로써 자기를 찔렀도다" 라고 그 결과까지 알려 주십니다.


몸도 마음도 피곤하면 사람은 단것을 찾게 마련인가 봅니다.


자연스럽게 홍시 한개를 집어 들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올 가을에는 감을  굉장히 많이 먹은것 같습니다.


마켓에서 사다먹은 감보다 얻어먹은 감이 훨씬 더 많았습니다.


주먹만큼 큰것들은 홍시(흠뻑 익어 말랑말랑한 감)를 만들어 먹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날 저녁 달콤한 홍시를 먹으면서 (빨아먹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함) 2년전의 일이 떠올라 피식 웃었습니다.


그때도 아마 성탄절이 가까웠던 때로 기억합니다.


잘 알고 지내던 젊은 목사님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며 들었던 얘기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제가 지금 땡감 한소쿠리를 사다가 홍시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장로님 이것 아세요?"

"뭘요?"


"홍시를 잘 만들려면 땡감을 넓게 펴놓고 군데군데 사과를 2~3개 놓습니다."

"왜요?"


제가 어렸을 적에 어머니께로부터 얻어먹은 홍시는 장독대의 큰 항아리 속에서 나왔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한 겨울철에 홍시 하나만 쪽쪽 빨아 먹어도 배가 불렀던 것 같습니다.

어렸을때라 그런지 만드는 법 같은 것은 몰랐고 말랑말랑한 홍시는 그냥 달고 맛있는 감이었습니다.


"왜 사과를 땡감사이에 놓는가요?"


그 젊은 목사님도 이유는 정확히 모르지만 상관작용이 있는 것 같다고 말씀하시면서 며칠 지나고 보니 사과가 땀(?)을 흘리고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며칠 지나고 나니 사과가 군데군데 멍이 들었더라는 것입니다.


그 뿐 아니라 땡감들이 홍시로 변해 있을때에는 그 사과는 쭈글쭈글해 볼품없이 돼버렸다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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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사과와 땡감이 한자리에 있으면 어떤 화학반응(?)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과는 자기를 말려 땡감이 홍시가 되도록 큰 작용을 했음에는 틀림이 없다는 나름대로 재미있는 상상을 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젊은 목사님의 마지막 말이 저를 더욱 놀라게 했습니다.


"장로님, 그 땡감들 중에는 끝내 홍시가 안되는 땡감이 있더라구요. 그땡감은 홍시도 안되고 땡감도 아닌 아주 볼품없고 먹을수도 없을정도로 말라 비틀어져 쭈글거리는 땡감 흔적만 있더라구요"

목사님과 저는 사과와 땡감의 상관반응 보다는 홍시도 못되고 땡감으로도 남아있지 못한 그 쓸모없는 땡감을 같이 생각했다는 것은 다음말에서 알 수 있었습니다.


"그 땡감이 바로 우리들 아닐까요?"


거의 이구동성으로 말하며 한바탕 웃었던 일이 생각납니다.


예수님(사과)께서는 우리들(땡감)세상에 오셔서 피흘리시고(땀) 살을 찢으시며 (멍) 우리를 변화(홍시) 시켜 구원하셨습니다.


그런데도 끝내 주님을 거절하고 쓸모없이 말라버린 땡감이 간혹 있다는 것을 시사하신것 같아 목사님과 저는 서로가 내가 바로 그 땡감이 아닌지 모르겠다며 회개한 적이 있습니다.

곧 성탄절입니다.


화려하게 장식된 크리스마스 츄리, 흘러나오는 크리스마스 캐롤들...


그런것 보다 땡감을 변화 시키지 못하셔서 예수님께서 애통해 하셨을 것임을 생각해 봤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변화되지 못한 나를(우리를) 보시며 얼마나 안타까와 하실까?


올 크리스마스는 홍시가 되지 못한 떙감같은 나 자신을 다시한번 바라보는 성탄절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본보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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