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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책 하나를 소개합니다.
그 책의 내용은 육아일기였습니다.
웬 육아일기냐 그러실 텐데 사람 것이 아니라 새 얘기였습니다.
한 생물학과 교수가 흔하게 볼 수 없는 새 한 쌍을 우연히 본 후에 그 새를 관찰하고 책을 펴냈는데, 그 제목이 바로 “큰오색딱따구리의 육아일기”였습니다.
다른 새들은 짚을 물어다가 둥지를 만드는데 이 새는 큰 고목을 쪼아서 나무 안에 구멍을 뚫고 둥지를 마련합니다.
둥지 입구는 사람이 문지방에 사포질을 하듯 그렇게 부리로 매끈하게 해 놓았습니다. 나중에 새끼들이 출입할 때 껄끄럽지 않도록 한 것이지요.
 암수 둘 다 앞가슴은 털을 뽑아낸 빨간 맨살이었답니다.
혹 털 때문에 알에 체온이 전달되지 않을까 봐 스스로 뽑아 낸 것이지요.
드디어 새끼가 부화합니다.
1, 2분 간격으로 그렇게 엄마 새, 아빠 새가 바쁘게 먹이를 물고 둥지를 들락거리는 겁니다. 그리고 새끼들의 분비물은 물어서 둥지 바깥에 버리는데, 가까이 버리면 또 천적들이 알아채고 공격할까 봐 멀리 숲에다 내다 버리는 것입니다.
한 번은 붉은 배 새매가 둥지를 습격해 왔는데, 엄마 아빠 새는 앞머리가 다 뜯기면서까지 새끼들을 보호하더라는 것입니다.
큰오색딱따구리는 날 수 있을 만큼 자라면 둥지를 떠나는데, 한 번 떠나면 다시는 그 둥지로 돌아오지 않는답니다.
한번은 아빠 새가 먹이를 물고 둥지엘 왔는데 새끼가 보이지 않자, 그 새끼를 찾으려고 너무나 처절하게 애를 쓰더라는 겁니다.
애타게 새끼를 찾는 시간이 무려 네 시간 정도였답니다. 그렇게 해도 새끼를 찾지 못하자 그제야 새끼가 둥지를 떠난 줄 알고 아빠 새도 그곳을 떠나더랍니다.
그 네 시간 동안 입에 문 먹이는 결코 버리지 않더라는 것입니다.
지금 새 이야기입니까?
저와 여러분의 아버지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뭘 어떻게 해야 아빠 노릇을 제대로 하는 건지” 필자 역시 막막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좀 더 솔직히 말하면 아빠 노릇 제대로 못한 염려보다는 자녀들에게 서운할 때가 있습니다.
요사이 아이가 독일에 가 있습니다.
3개월 동안 막내 아이가 처음으로 집 떠나 생활하는 것이 염려가 됩니다.
무심한 사내 녀석이라 손으로 꼽을 정도의 이메일이 고작입니다.
자기 엄마가 궁금하여 전화했더니 무엇이 그리 바쁜지 간단하게 통화를 하였습니다. 아내의 모습에 서운한 모습이 역력합니다.
그래도 생각해보면 불평할 수가 없습니다.
필자가 아이를 위해 한 일이 무엇인가?
아이 공항에 데려다 준 일, 그리고 가끔 이메일로 안부를 염려하는 것처럼 하면서 허튼 눈 돌리지 말고 신앙생활 잘하며 공부 잘하라는 것이 나의 아버지 됨의 전부였습니다.
아이가 집 떠나 외로운 곳에서 생활할 때, 객지에서 주일이면 교회를 가고자 노력할 때, 하루는 배가 몹시 아팠다고 할 때, 그 아이를 지켜주고 돌보아 주신 분은 지상의 아버지인 제가 아니라 하늘의 아버지입니다.
그분이 어떤 분이시기에 지상의 아버지가 못해준 모든 일을 해주실 수 있는 것인지? 그분은 변하지 않는 아버지입니다.
자녀들의 의식주를 돌보아 주시고, 자녀들의 삶의 기본을 돌보아 주십니다.
그리고 자녀의 고통에 관심을 가지시고 참여하십니다. 또한 그분은 자녀의 잘못까지도 용서해주십니다.
그리고 자녀를 위해 자기 목숨을 내어 놓으신 분입니다.
큰오색딱따구리가 자기 자식을 사랑하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사랑입니다.
이런 분이 아버지가 되어 주신다니 얼마나 신나는 일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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