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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독일서 목회할 때 있었던 일입니다. 한 자매가 있었는데, 좋은 성품에 열심히 신앙생활하며 살아간 자매입니다. 그런데 자매는 자신이 원하는 학교에 입학을 해야 하는데 입학허가서가 나오지를 않았습니다. 모두가 안타까운 마음으로 기도하지만 결국은 비자 문제로 다시금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비행기 표를 샀습니다. 이제 1주일 후면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주일날 교우들 앞에서 자매가 송별 인사를 합니다. 필자는 마음이 아파서 그랬는지 “주님이 막으시면 못갑니다.” 란 말을 하였습니다. 자매도 교우 분들도 모두가 당황해하였습니다. 가고 싶은 것이 아니라 지금 남고 싶은데 하나님이 막으시면 못 간다니 이 무슨 말입니까? 이렇게 까지 목사가 앞뒤 모르고 말하는 것인지......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정말 못 갔습니다. 자매가 공부하고 싶어 하는 대학에서 자매에게 뒤늦게 허가서를 보내온 것입니다. 그것도 기숙사 비를 주는 조건으로 얼마나 감사한 일입니까? 왜 갑자기 결정이 바뀌었는지는 사람들은 궁금해 하며 관심 가질 때, 필자는 확신을 하였습니다. 하나님이 막으신 것이구나, 그것도 장학금 까지 주면서 말입니다. 처음에 가면 장학금 못 받고 가니까 하나님이 막은 것입니다. 그 자매는 몇 년을 더 공부하고 지금은 한국서 독일과 관계된 일을 잘 하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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룻기 서에는 하나님이 전면에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십니다. 룻이 “이삭을 주우러” 보아스의 밭으로 갑니다. 성서는 이 부분을 ‘우연히’라고 합니다. 이 말은 룻이 보아스의 밭에서 이삭을 줍게 된 것은 우연한 일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바로 다음구절에 ‘마침’이란 단어가 나옵니다. 이 말은 히브리어로 ‘히네이’라고 합니다. 우리말로 가장 잘 번역한 말은 “짠”입니다. 예를 들면, 아브람의 늙은 종이 하란 땅으로 가서 이삭의 아내를 위해 하나님께 기도할 때 기도를 마치기도 전에 리브가가 물을 길러 옵니다. 이것이 ‘히네이’입니다. 우연히 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하나님의 개입이 있었다는 뜻입니다. 룻이 그 장소에 간 것도, 보아스가 룻을 만난 것도 그리고 그가 룻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도 모두 사람의 계획이나 노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뜻에 의해 이루어진 하나님의 섭리라는 것입니다.
룻의 입장에서는 결혼하자마자 남편이 죽고 지금은 연세 드신 시어머님과 같이 남의 나라에 와서 밀 이삭이나 주우며 살아가니 인생이 막히는 것 같고, 길이 안 열리는 것 같았지만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사도 바울은 여러 번 로마로 가려고 애썼는데 길이 막힙니다. 만약 하나님이 바울을 안 막으셨다면 가서 만나서 얘기하고 설교하면 되지 무엇 하러 글을 쓰겠습니까? 세세히 기록할 아무 이유가 없는 겁니다. 그런데 막으셨어요. 결국 편지로 남길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바울로 하여금 로마서를 기록하게 하였습니다.
그러고 보면, 하나님을 성실히 믿는 자에게 길이 막히는 것은 막히는 것이 아닙니다. 뜻 없이 괜히 막으시는 게 아닙니다. 하나님은 그 순간에도 우리에게 좋은 길을 주시고자 일하시는 것 즉 “히네이 하나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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