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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희 집사
(새크라맨토 한인장로교회)

 

태어날 둘째 아기에게 예쁜 담요를 만들어 주고 싶어서 시작한 뜨개질이 20년째다. 어쩌면 묵묵히 혼자서 하는 거북이 릴레이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경기가 안 좋은 요즘엔 마른 수건도 짜내라고 할 만큼 돈을 아끼고 절약하라고 한다. 시간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내가 만드는 이 담요들은 직장일 하면서 짜고 짜낸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만든다.
그러니까 하나의 담요가 완성되기까진 꽤나 긴 시간이 소요된다.
그런 티끌을 모아 벌써 17번째의 담요가 만들어 저 가고 있다.
공장에서 무더기로 찍어낸 것이 아닌 5x5짜리 35장의 조각을 일일이 손으로 이어서 만든다.
그 누군가를 위해 세상에 단 하나뿐인 것을 만들어 놓았다는 것이 마음을 뿌듯하게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담요는 주위에 있는 교회나 양로원에 휠체어를 타는 노인들한테 무릎 덮게 용으로 주고 있다.
바쁜 하루 일과 속에서 사는 것 그 이상으로 살다 내 삶을 마무리 하고 싶은 사람이다.
많은 것들이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고 만다. 연인들을 두고 자주 쓰는 말이기도 하다.
뭔가 하고 싶은 대상이 있다면 그것을 내 가까이에 두고 매일 보기만해도 조금씩 이루어져 간다는 것이 나의 경험이고 지론이다.
성경책 일반서적 악기 그리고 뜨개질 등등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눈에 보이는 곳에 항상 놓아둔다.
손을 벌리면 그것을 즉각 잡아서 할 수 있는 그런 거리면 더욱 좋다.
그래서 20년이 넘어도 30년의 세월이 흘러가도 왕성하게 살아가게 하는 한 비밀이 여기에 있다고 나는 믿는다. 특히 성경책은 살아가면서 이기적일 수 있는 우리에게 말씀은 그런 생각을 조금씩 바뀌어가게 해 주신다.
우리가 할 수 있도록 원인제공과 원동력을 주면서 잘 굴러갈 수 있도록 충분한 윤활유 우리 몸 속에 꽉 채워 주신다.
주님이 주신 하루 속에서 완벽을 이루어 갈려고 하기 보다는 최선을 다하고 많은 것을 감당하게 해 주시는 주님께 매일 감사한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달란트와 크기에 따라 각자가 떠안은 그 어떤 삶이 있다. 때론 여럿이 모여서 큰 힘이 되어 큰 일을 할 수도 있고 아주 미세하지만 혼자서도 주님의 사랑을 전할 수 있다.
나는 주님이 주신 내 그릇대로 그 일이 뭐든 나 혼자만의 유익이 아니고 한번이라도 따뜻함을 줄 수 있고 아주 조금은 주위를 밝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기를 소망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한번은 내 가게 바로 앞에 있는 양로원에 두 개의 담요를 건네 주었다.
양로원의 디렉터는 일주일에 한번 있는 노인들의 오락프로그램이 있는 날 직접 와서 전달식을 하자고 했다. 그러나 나는 사양했다.
그리고 한가지만 부탁했다. 이 담요를 그곳에서 더 외로운 노인에게 아니면 방문객이 없다든가 하는 그런 노인에게 전해졌으면 좋겠다는 내 맘을 전했다.
그리곤 디렉터는 그 두 장의 담요를 왕이 신하에게 귀중한 물건을 하사 하면 양팔을 쭉 벌려 받아 가듯이 그런 모습으로 천천히 걸어 나가는 모습이 잊을 수 없는 그림으로 남아 있다.
이번에 만드는 17번째의 담요는 노인이 아닌 꼭 주고 싶은 성도가 있어서 만들고 있다.
너무도 안쓰럽고 그 아픈 마음을 조금이나마 따뜻한 이 담요가 그를 감싸줄 수 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그는 나와 나이도 비슷한 쉰 중반쯤이고 두 아이들이 태어난 시기도 비슷하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어느 교회의 같은 교인이었다. 그렇다고 교회에서 가까운 친분이나 연락을 하며 지내는 그런 사이도 아니다.
서로 스치면 눈인사와 미소를 대신하는 것으로 그도 나도 조용한 사람이다. 그런 그 성도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날아든다.
다 키워 놓은 갓 스무 살의 딸이 교통사고로 현장에서 숨을 거둔 일이 몇 년 전에 있었다.
세상살이 힘들고 괴롭다 한들 어린 자식을 먼저 보낸 그 부모의 맘 같지는 않을 것이다.
결코 소리 내어 울지 못하고 목에 걸려 꺽꺽 울부짖는 그 신음의 소리를 나는 알 것 같다.
어느 날 예배시간에 안간힘을 쓰다 더 버틸 힘을 잃고 그만 쏟아져버린 그 엄마의 오열 앞에서 나도 눈물을 훔칠 수 밖에 없었다.
내 맘도 이럴진대 그를 위해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다소 시간이 지나긴 했지만 간간이 뜨개질을 할 때면 그녀가 생각나서 정말로 예쁘게 하나 만들어 주고 싶었다.
보통 무릎 덮게 두 배의 크기로 특별히 신경 써서 만들었다. 시작은 오래 전에 했지만 이제야 완성 단계에 들어섰다.
다음 주면 그녀에게 전해 질 것이다.
이 담요가 움츠러드는 그녀의 어깨를 폭 싸 안아서 따스한 온기를 느끼며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잠시 잠깐이라도 머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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