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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구영신예배를 앞두고 일찍 교인들이 모여 ‘윷놀이’를 하였다.
단일 종목 치고는 꽤 재미나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게임이었다. 차례가 올 때마다 “잡아 잡아” 소리를 연발하며 소녀처럼 즐거워한 권사님이나, 잘 나간다고 소리를 지르며 좋아하던 몇 명의 젊은이들이 갑자기 한 순간 상대팀에게 잡혀 울상이 되어 버렸다.
그런가하면 “무엇이 나오면 되지요?” 학생들이 두 손으로 윷을 모아 쥐고 하는 말이다. 말만 하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듯, 표정이 자못 의기양양하다.
특유의 우리말 발음으로 “도 개 걸…” 이처럼 윷놀이는 남녀노소, 빈부귀천 가릴 것 없이 인종을 초월하여 모든 사람이 한바탕 즐길 수 있는 놀이다.
특별히 준비물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저 아무 곳에나 앉아서 막대 네 개만 준비하여 집어던지면 그만인 놀이가 윷놀이이다.
즐거운 윷놀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문득 한국의 유명한 국문학자인 이어령(李御寧)씨가 썼던 글이 기억난다. 단순한 윷놀이에서 우리 민족의 의식과 정서를 찾아냈다.
그는 윷놀이를 보면서 한국 민족이야말로 ‘우연’에 자신들의 운명을 내어맡기는 민족이라 하였다.
정말 그렇지 않은가? 네 개의 윷을 공중을 향해 던지는데 그 떨어지는 윷가락들이 어떻게 변할는지 아무도 모른다. 거기엔 다만 바램 만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떨어진 결과에 따라 울고 웃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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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서양에도 주사위라는 것이 있다. 그 주사위 역시 우연을 보여주는 것이긴 하다. 그러나 윷가락은 서양의 주사위와는 다르다.
‘주사위’는 하나의 개체가 각각의 운명을 보여주지만 ‘윷’은 네 개의 가락이 서로 얽히고 설 켜서 그 연관성 아래 한 운명을 만들어낸다.
필자는 우리 조상들이 매우 지혜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해 첫날 온 가족이 모여 윷놀이를 하였다. 이는 게임을 통하여 가족들이 함께 배우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었다.
하나하나의 윷가락이 엎어지고 젖혀지는 운명을 보면서, 자신의 힘으로 인생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가족들이 함께 배웠을 것이다.
앞서가던 사람도 뒤쳐진 사람도, 자신은 단지 그 네 개의 윷을 던질 뿐 그 결과는 자신이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실 그것이 우리의 인생 아닌가? 우린 단지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을 최선을 다해서 살 뿐이다.
그 결과는 전적으로 하늘에 달린 것이다. 성경은 우리에게 이런 글을 보여주고 있다. “사람이 제비는 뽑으나 일을 작정하기는 여호와께 있느니라.”(잠언 16장 33절) 즉 우리가 비록 윷가락을 던질지라도 그 결과는 하나님에게 달려 있는 것이다. 또한 그 속에 담긴 팀웍이다. 결코 어느 ‘말’ 혼자 잘 나간다고 게임에 이기는 것이 아니다.
윷판 위의 네 개의 말이 모두 함께 잘 나가야 한다.
가족이 힘을 합하여 한해를 잘 살자는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그리스도인들 역시 이처럼 더불어 사는 사람들이다.
자신의 운명을 하나님께 맡기고, 서로 힘을 모아 열심히 살아가자는 메시지를 주는 윷놀이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놀이임에 틀림이 없다.
윷놀이가 얼마나 재미있었던지 윷놀이가 진행될 적엔 목사의 신분마저 잊을 만큼 그 속에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그리고 지금은 정상적인 삶 가운데로 돌아와 윷놀이 생을 살고 있다.
우리의 인생이 결국 윷놀이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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