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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 목사>

 

헌금은 하나님께 드리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것은 당연히 하나님의 뜻에 따라 사용되어야 한다.
기독교 왕초보라도 이 정도는 안다. 신학교나 대학원 커리큘럼에 들어가 있는 학습내용도 아니다. 어린아이라도 주일학교 한 달 쯤 다니면 터득하는 지식이다.
이런 기독교 왕초보 지식에도 근접하지 못한 사람이 목사라면 그가 이끄는 교회, 그런 이들로 대표되는 한국교회의 미래는 어떤 것일까?
최근 한국 인터넷에 유포되던 ‘연봉 6억 목사’의 실체가 들어났다. 분당의 어느 교회 젊은 담임목사인 그는 결국 교회를 사임했다고 한다. 여자관계도 얽혀있지만 그는 헌금에 대한 기초지식이 전무한 사람이었다. 교회에 들어오는 헌금은 결단코 주님의 것이 아니라 바로 내 돈이라고 착각했던 기초 미달 목사의 초라한 종말인지도 모른다.
6억이라면 어림잡아 미국 돈으로 60만 달러. 미국 이민교회가운데 연간예산이 10만 달러 미만인 교회가 수두룩하다. 아마 70-80%에 이르지 않을까?
그렇다면 웬만한 이민교회 6개 교회의 일 년 예산을 연봉으로 받고 있던 그 목사의 재벌행세가 그야말로 근사하다.
예를 든다면 세 명의 딸 유학비가 1년 10만 달러였다고 한다. 그것까지는 그렇다고 치자. 교회에서 담임목사 자녀 교육비를 그렇게 책정했다면 한참 오버했다 해도 그냥 지나갈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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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세 명 자녀들이 한국을 오갈 때 비행기 2등 칸, 그러니까 비즈니스 클래스를 타고 다녔다고 한다. 우아~ 입이 벌어질 일이다. 교회 헌금을 하나님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눈꼽만큼의 기초지식만 있었다 해도 과연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내 교회 헌금은 내 노력으로 벌어들인 자기 재산이라고 생각하지 않고는 어느 목사가 딸아이들 미국 유학길에 비즈니스 클래스란 말인가? 
인간의 평등의식을 완전하게 깔아뭉개는 현장이 바로 여객기 좌석 시스템이다. 비행기를 탈 때마다 3등석도 황송하게 느껴질 때가 있지만 2등석을 지나 콩나물시루 같은 3등석에 도착할 때면 마음은  우울해 진다.  
솔직히 나는 비행기 1등석은 구경도 못했고 2등석은 타 본 적이 없다. 3등석을 찾아가려니 비행기 앞부분에 버티고 있는 넓직한 2등석은 반드시 거쳐 가기 마련이다. 좌석이 넓고 여유롭게 보인다.
원 베드룸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5-6천 평방피트 넓이의 대저택을 유리창으로 슬쩍 구경하고 지나가는 느낌이다. 그렇지만 2등석과 3등석의 차이는 결단코 인격이나 인생의 사이즈와는 별개라는 제법 능청스러운 자위에 익숙해진지 오래다. 
LA에서 인천까지 요즘 3등석 요금은 대개 1,200달러, 2등석은 3,800달러 정도라고 한다.  거의 3배가 넘는 가격이다. 또 1등석은 2등석 가격의 두 배다.
목사 자신들도 2등석을 타는 것이 도덕적으로 부담을 느껴서인지 일부러 3등석으로 내려와 앉는 목사들이 많다. 2등석을 이용하는 돈 많은 교회 목사들도 수면이 부족해서, 혹은 설교준비를 마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2등석을 이용했다고 변명하는 경우가 있다. 자신들의 비행기 삯이 하나님 소유의 헌금에서 지출되었음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정도라면 그래도 양심적이다.
그런데 딸 유학 왕래 길에 2등석이 이용되고 3등석의 3배가 넘는 그 겁 없는 돈은 하나님께 바쳐진 그 분 소유의 돈이라는 기초 지식을 의도적으로 깔아뭉개고 얼굴에 철판을 두른 그대여! 요한 칼빈이 평생을 외쳤던 ‘코람 데오’란 말을 들어 본적은 있는가?   
교회 헌금이 많아져도 이는 하나님 소유이지 결코 담임목사의 재벌 행세 유지비가 아니라는 과목을 어느 신학교에서 개설해 줄 수는 없을까?
<크리스천뉴스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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