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삼열-01.gif

홍삼열
(산타 클라라 연합감리교회 목사)

몇 주 전에 사도신경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우리는 가톨릭 교인이 아닌데, 왜 우리가 외우는 사도신경의 영어표현에 Catholic이란 단어가 들어가 있습니까?”
역사적으로 볼 때 이런 저런 이유로 교회에서 사도신경을 사용해도 되느냐 안 되느냐에 대해 논란이 있어왔다.
아직 사도신경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신 분들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여, 간단하게나마 이 지면을 통해 사도신경에 대한 몇 가지 사항을 말씀드리고자 한다.
우선 사도신경의 기원에 대해 설명 드리면, 사도신경은 세례 지원자들을 교육하기 위한 필요성에서 생겨났다.
정식 교인이 되기 위해서는 신앙의 기본사항들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목회자는 세례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미리 준비교육을 시키는데, 그 교육 기간 동안 배운 내용을 세례식 때 신앙고백의 형식으로 암송하도록 한 것이 신경의 시작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나중에 여러 가지 이단사상들이 교회에 침투하게 될 때 이 기본 신앙고백이 이단과 정통을 구분 짓는 중요한 척도로 사용되었다.
바로 이 부분에서 사도신경 사용에 대한 논란이 시작되는데, 과연 사도신경에 그럴만한 권위가 있느냐, 그리고 그것을 매주 교회에서 사용해도 되느냐는 것이다.
사도신경 사용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제기하는 대표적인 주장은 이런 것들이다.
1) 성경에 기록되어 있는 주기도문과는 달리 사도신경은 성경에 전혀 기록이 없다.
2) 사도신경은 진짜 사도가 만든 것이 아니고 후대 사람들이 만든 것이다.
비록 이미 2세기 말에 로마교회에서 사용되던 로마신조(Old Roman Creed)를 현재의 사도신경의 전신으로 인정하더라도, 현재 사도신경에는 로마신조에는 없는 후대의 첨가부분이 들어가 있다.

 

023.gif

 

예를 들어, 예수님이 지옥에 내려가셨다는 내용, 거룩한 교회라는 표현에 ‘가톨릭’이란 단어가 첨가된 것, 성도의 교제가 새로 첨가된 것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우선 첫 번째 주장, 사도신경은 성경에 없기 때문에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은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실제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예배에 성경에 없는 사항들이 사용되고 있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타당성이 떨어진다.
예를 들어, 매 예배 때마다 찬송을 부르는데, 그 찬송 내용이 그대로 성경에 있는가? 없다. 또 복음 송은 어떤가? 그밖에 현대에 들어와서 도입된 것들이 많이 있는데 그런 것들은 자율적으로 사용해도 괜찮고 교회에서 1500년 넘게 의미 있게 사용된 사도신경은 안 된다는 말인가? 문제는 성서에 사도신경이 있는가 없는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성서의 가르침에 부합한 성서적인 것인가 비성서적인가에 달려 있는 것이다.
사도신경은 그 전체가 성경에 기록되어 있지는 않지만 그 용어와 내용이 모두 성경에서 나온 것들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토록 오랫동안 교회에서 애용해 왔다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둘째로 사도신경은 후대 가톨릭교회의 작품이기 때문에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역시 사도신경의 용어와 개념이 모두 성경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생각해볼 때 타당성이 떨어진다.
비록 가톨릭교회에서는 그것을 자기들 유리한 쪽으로 해석해서 가르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도신경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거룩한 공교회(Holy Catholic Church)에 대해 가톨릭교회에서는 이것을 근거로 지구상에는 가톨릭교회만 있다고 주장하겠지만, ‘가톨릭’이란 단어는 그리스어의 두 단어인 kata와 holos가 결합해서 만들어진 단어로 ‘보편적’이란 뜻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영어로 사용할 때는 대문자 Catholic이 아닌 소문자 catholic으로 사용하는 것이 옳다.
한국 가톨릭교회에서도 어쨌든 이 구절을 ‘거룩하고 보편된 교회’로 번역해서 사용하고 있다.
예수님이 지옥에 내려가셨다는 구절도 가톨릭에서 이것을 이용하여 연옥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설명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비성서적인 것은 아니다. 그 내용이 베드로전서 3:19절과 4:6절에 나온다.
사도신경을 교회 예배 때 사용해야 하나 하지 말아야 하나? 꼭 매 번 사용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주기도문이나 성만찬 같이 예수님이 하라고 지시하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전통적으로 교회가 믿어온 신앙을 되새기고 재확인한다는 점에서 사용을 꺼릴 필요는 없다고 본다.
<크리스천뉴스위크>

목회자컬럼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