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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우석 목사

<북가주 행복한 교회>



지난 토요일 집의 초인종이 울리길래 나가보니 평소 알고 지내는 A집사님 내외 분께서 찾아 오셨습니다.

“목사님, 우리 교회 계실 때 홍시 감 맛있게 드시던 생각이 나서…” 하시며 농장에서 막 따서 사온 감을 박스째 두고 가셨습니다. 

경황이 없어 차 한잔 대접도 못했지만 두 분이 떠나시는 뒷모습을 보니 마음 깊은 곳에서 따뜻한 감사의 고백이 흘러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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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기 26장에 보면 이스라엘 백성들이 추수 감사를 드릴 때 해야 할 감사에 대한 규정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농사를 지어 첫 수확을 얻게 되었을 때, 맏물(첫 열매, firstfruits)을 가지고 정해진 장소에서 하나님께 드리면서 제사장 앞에서 특별히 두 가지 감사의 말을 하라고 규정합니다. 

첫 번째는 이 땅 위에 살고 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를 하라(3)는 것이며, 두 번째는 지금까지 이스라엘 백성들을 위한 하나님의 섭리하심에 감사하라(5-9)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수확한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습니다. 

추수의 계절이니 응당 “수확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하는 것이 사람들에게는 우선적인 감사의 이유가 될 텐데 그것에 대한 규정은 하나님께서 하지 않으셨다는 것이지요. 

아마도 하나님께서는 사람들이 드리는 감사의 이유가 수확이나 소출의 많고 적음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는 이 땅 위에서 하나님의 은혜로 살고 있으며 그 섭리하심으로 인해 모든 것을 누리며 주위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산다”는 깨우침에 있다고 말씀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이 땅 위에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하나님으로부터 선물을 받았다는 것을 의미 합니다.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 외에도 지구 위의 모든 동식물과 하늘에 있는 구름, 바람, 비와 또한 그 너머 천체를 구성하는 태양과 달과 별… 이 모든 것이 우리의 생명과 인생을 이어가는데 필요한 것 들이며, 이 모든 것들을 선물로 주신 분은 하나님입니다. 

우리가 하나님께 감사해야 할 이유는 지난 한 해의 수확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이 땅 위에서 생명을 이어가고 인생을 누리고 있다는 것이 우선적인 감사의 이유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해마다 추수감사절이 되면 누구나 지난 한 해의 수확과 소출을 뒤돌아 보며 한 해를 결산합니다. 
때로는 수확이 ‘적다는 아쉬움’이 있을 수 있고 가끔은 소출이 ‘많다는 만족감’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장 거룩하고 아름다운 결산은 ‘지금 여기에 우리가 인생을 누리고 산다’는 감사의 고백입니다. 

특별히 미국은 전세계에 드물게도 하나님께 감사 드리기 위해 ‘추수감사절’이라는 법정 공휴일을 제정하고 지키는 나라입니다. 

요즘 미국의 상황을 보면 ‘기독교 국가가 맞나?’는 의심이 들고 때론 한숨도 나오긴 하지만, 우리가 이 땅 이 나라에 살고 있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우리에게는 우선적인 감사의 제목이 됩니다. 
하나님께 드리는 감사의 이유를 깊이 묵상해 보시는 풍성한 추수감사절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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