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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서 목사 (방주선교교회)

 

천국(天國)이란 말은 하나님의 나라(Kingdom of God) 혹은 하늘 나라(Kingdom of Heaven)를 한자로 번역한 말입니다.
그러나 한자 및 유교 문화권에 살아 온 동양 사람들에게는 죽은 후에 가는 내세의 이상향 정도로 여겨지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추상적인 개념이었습니다.
하나님의 나라 혹은 하늘 나라는 엄밀히 말하면, 하나님의 통치라는 뜻입니다.
즉, 하나님이 다스리는 영역을 의미합니다.
인간은 누구나 보이지 않는 미래의 미지의 세계보다는 눈 앞의 현실 세계가 더 피부에 와닿기 마련입니다.
그 미래의 세계가 아무리 꿈같은 행복을 약속하는 이상향일지라도, 당장 눈 앞의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작은 만족과 행복이 더 귀하게 느껴지는 이치 입니다.
하나님은 우리들의 이런 성품과 성향을 알고 계십니다.
그래서 죽음 후의 영원한 천국만을 천국으로 가르쳐 주시지 않고, 이 땅에서도 하나님이 다스리시는 임시 처소와 같은 교회를 통해 작은 천국을 미리 경험케 하십니다.
그런 의미에서 어제는 또 하나의 작은 천국을 체험한 하루였습니다.
토요 새벽 예배와 기도를 통해 하나님과의 만남으로 시작된 하루는 크고 작은 축복으로 가득한 시간들이었습니다.
교회는 오래간만에 성전 대청소를 하면서 많은 교우들이 성전의 구석 구석을 쓸고 닦으면서 기쁨으로 섬기었습니다.
청소 후에는 아름다운 식탁 교제를 나누며 아침 식사를 합니다.
내가 깨끗하게 청소한 의자에 앉아서 어느 한 영혼이 안식을 얻고, 내가 청결하게 정돈한 교실에서 어린 자녀들이 주님의 말씀과 사랑을 배웁니다.
주님께서 기뻐 받으시는 섬김 임에 틀림없습니다.
저는 영어 예배부 형제 자매들과 함께 교회 밴을 몰고 부탄 난민 형제인 카드카 타파의 아파트로 이사를 도와주기 위해 아침 일찍 가야했습니다.
난민으로 일년 정도 산 살림이라 짐은 많지 않았지만 세 아이들까지 다섯 식구의 짐이고, 이층 아파트에서 다른 이층 아파트로 이사하는 것이라 가족끼리만 할 수 없는 이사였습니다.
힘을 쓸 수 있는 다른 부탄 형제들은 일을 나가야 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은 멀리서 픽업을 해야 하니 기대를 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마이크 덕워스 집사 부부와 대만인 그레이스 팡 자매, 교회 버스를 운전해 주는 60대의 필리핀인 루데스 자매와 제가 전부였지만, 우리가 토요일 아침 직접 차를 몰고 와 준 것만도 너무나 감사해하며 기뻐하였습니다.
중고 가구도 대부분 교회 재활용품 점에서 싸게 구입한 것이지만, 가장 낡고 오래된 소파는 남겨두고 나머지 모든 짐들을 가져간 3대의 밴과 픽업트럭, 미니밴에 모두 싣고, 새 아파트로 가려고 할 때, 부탄 형제들이 차를 구해서 달려와 주었습니다.
지난 4월 부활절에 세례 받은 한 청년이 동네 청년 네 명을 데리고 온 것입니다.
그 청년들은 교회에서 사람들이 와서 무거운 이삿짐을 나르는 모습을 무척 신기해 하는 것 같았습니다.
자연스럽게 전도가 이루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아무 말도 필요 없었습니다.
낯선 미국 땅에서 환영해 주고 도와주는 이웃도 없는 곳에서 만난 그리스도인들의 사랑을 본 것입니다.
짐을 내려 주고, 옮기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교회로 먼저 돌아왔더니, 언약관에서는 멕시코 여름 단기 선교팀이 마지막 준비 모임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어찌나 보기 좋던지 제가 언약관에 들어선 진짜 목적을 잊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제가 들어 온 것을 보고 다들 놀라는 눈치였는데, 그제서야, 불법주차한 팀원들의 차에 대해 불법주차 티켓을 발부하려던 교통경찰을 설득해서 간신히 돌려보내고, 속히 나가서 차를 바르게 주차하라는 당부를 하려던 사실을 기억해 내었습니다.
다행히 안면이 있는 경찰관이라 눈감아 주었는데, 멕시코로 선교가는 청년들을 위한 주님의 은혜 같았습니다.
어쩌면 천국은 그리 멀리 있지만 않은 것 같음을 다시 한번 느낀 하루였습니다.
지금도 중고등부 학생들은 교회에 모여서 목장 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선교가는 친구들을 위해 여름성경학교에서 사용할 공작 재료들을 함께 만들고 있습니다.
멕시코 어린이들이 주님의 사랑을 알 수 있도록 구슬 땀을 흘리는 청소년들과 교사들을 보면서 주님은 이 땅에서도 교회 안의 작은 천국을 체험하게 하심을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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