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면_낙태살인.jpg

▲ 이수진 미래를위한인재양성네트워크 대표(왼쪽)가 지난 11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낙태 전면허용에 대한 반대입장을 밝히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4월 낙태죄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리면서 한국도 이제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이 충돌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이전까지는 "인간의 생명은 고귀하고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엄한 인간 존재의 근원"(헌법재판소 1996.11.28. 95헌바1)이라는 전통적 생명윤리관에 따라 산부인과 의사들은 태아 생명과 임산부의 생명을 동시에 보호해야 한다는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다. 

하지만 헌재는 지난해 "모든 낙태를 금지하는 것은 태아 생명 보호라는 공익에 대해서만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한다"는 논지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낙태죄 헌법불합치에 따른 형법과 모자보건법 정부 개정안이 지난달 7일 발의됐다. 

낙태죄 전면 철폐의 내용을 담은 위험한 법안도 발의됐다. 

지난해 헌법불합치 결정은 임신 24주까지 낙태를 허용한 미국 '로 대 웨이드 판결'(Roe v. Wade)을 그대로 인용하고 있다. 

미국은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 이후 5800만명의 생명이 낙태 수술로 죽어갔다.

미국에선 이런 비극적이고 비인륜적인 결과에 대한 반성이 일고 있다. 

생명을 죽여서 행복을 찾으려 했던 반생명 문화에서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태중 아이들을 살리자는 생명문화 쪽으로 역사의 진자가 이동하고 있다.

대표적 결과물이 '태아심장박동법'(Fetal Heartbeat Law)이다. 

생명운동을 하는 미국의 법조·입법·행정계 인사들이 연대해 2013년 태아심장박동법을 내놨다. 

현대의학으로 태아 심장 박동을 감지할 수 있는 시기는 임신 5~6주 차다. 

이 법의 주요 내용은 태아의 심장박동이 감지되는 시점부터는 몇 가지 예외사항을 제외하고는 낙태를 금지한다는 것이다.

이 법은 태아 개인의 심장박동 발생에 대해 검사를 수행하고 의료기록으로 보존해야 할 의무를 부여한다. 

태아의 심장박동 소리가 감지되면 반드시 임신부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고 심장박동 소리를 들려줄 의무가 있다. 

몇 가지 예외적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어떤 사람도 임신부에게 고의로 낙태를 시행할 수 없게 한다. 

이를 위반할 시 중범죄에 준하는 처벌을 받는다.

미국에서 최초로 태아심장박동법을 입법시도한 주는 아칸소주이지만 실제 입법에 성공한 곳은 노스다코타주다. 

2013년 주 차원에서 입법했다. 

이후 알라바마, 아칸소, 조지아, 아이오와, 켄터키,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미조리, 오하이오주 등 10여개 주가 연이어 태아심장박동법을 입법했다. 

또 19개 주가 태아심장박동법 입법을 검토했거나 검토 중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태아심장박동법은 '로 대 웨이드' 판례의 장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미 연방대법원은 지난 6월 루이지애나주의 태아심장박동법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희소식이 있다. 

지난 10월 에이미 코니 배럿 판사가 최근 사망한 긴스버그 미연방대법원 대법관의 후임으로 취임했다. 

대법관의 구성이 보수 우위로 재편됐기에 향후 '로 대 웨이드' 판례가 뒤집힐 가능성이 높아졌다. 

태아심장박동법도 빛을 볼 날이 머지않은 것이다.

한국에서도 국민의힘 조해진 의원이 '한국형 태아심장박동법'을 발의했다.

 조 의원은 심박동을 기준으로 태아의 생명권을 최대한 보호해야 한다는 형법 일부개정법률안과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 13일 대표 발의했다. 

여기에는 15명의 국회의원(강기윤, 김기현, 김미애, 김영식, 박성민, 박수영, 서정숙, 성일종, 신원식, 윤한홍, 이달곤, 이채익, 이태규, 전봉민, 정점식 의원)이 동참했다.

이 법은 심장박동이 감지되기 전인 6주까지만 낙태를 허용하고, 사회경제적 사유를 포함할 경우 4주간의 숙려기간을 두고 10주까지 낙태를 허용한다는 기준을 제안하고 있다. 

임신 10주는 산부인과학회에서 불가피하게 낙태를 하는 경우 임부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한계선이다.

미국과 달리 한국에선 헌재가 주문에서 낙태 허용 주수를 정하지 않았다. 

미국과 달리 한국에선 심장박동법의 입법을 막는 장벽이 없다. 

이 법안이 채택된다면 침몰하는 난파선 같은 낙태 논쟁에서 그나마 한 생명이라도 더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에는 '사랑이란 두 개의 심장이 하나로 화합해 박동하는 것이다'(Love is two hearts beating as one)는 표현이 있다. 

수정됐을 때부터가 안된다면 적어도 심장 박동이 감지된 순간부터라도 이 세상의 최약자, 말 못 하는 가장 연약한 약자인 태아를 생명이며 사람이라고 인정하고 보호해줘야 한다.

태아와 임신부는 두 개의, 별개의 생명체다. 어떤 시점에서도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태아의 생명권을 침해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7면_정예리변호사.jpg

정예리 미국 변호사

한국노컷뉴스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