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이면 지구촌교회 이동원(65) 목사가 40여년의 목회를 공식적으로 내려놓는다.
수년에 걸쳐 피력해왔던 ‘조기 은퇴’가 비로소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물론 후임 진재혁(미국 비전교회) 목사와는 앞으로 3년간 지구촌교회 사역을 동역하게 돼 완전한 은퇴는 아니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다.
최근 만난 이 목사는 하지만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 굉장히 홀가분해 보였다.
은퇴를 맞는 심정, 은퇴 후의 계획, 목회 회고담을 이 목사로부터 직접 들어봤다.
“전혀 후회하지 않습니다. 사역을 안하기 위해 은퇴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일을 하기 위해 은퇴하는 겁니다. 어차피 해야 할 은퇴라면 조금이라도 빨리 해야 한다, 그래야만 한국 교회를 더 많이 섬길 수 있다는 게 제 소신이었습니다.”
이제 5개월 뒤면 목회를 뒤로해야 하는 이 목사는 미련도 집착도 없다고 했다.
오히려 기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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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똑같다. 달라지는 게 없다. 단지 기관이나 조직의 장으로서 책임을 내려놓는 것이다”고 밝혔다.
이 목사는 앞으로 지구촌교회 소유의 경기도 가평 필그림하우스에서 한국 교회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리더십, 기도, 영성훈련에 집중할 예정이다.
교회 목회자일 때나 기관 목회자일 때나 한마음을 갖고 사역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년 1월부터 3년간 설교 목사로서의 지위는 유지하게 된다.
이 목사와 진 목사가 지구촌교회 두 곳(수지, 분당)을 각각 나눠서 설교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 목사는 ‘설교 멘토링’이라고 표현했다.
이 목사는 “급격한 리더십 이양은 공동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기에 자연스런 이양이 좋다고 해서 그렇게 한 것이다.
진 목사가 원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구촌교회가 이 목사 후임에 진 목사를 선임했을 때 침례교 내부에서는 의견이 갈렸다. “역시 지구촌교회다운 참신한 결정”이라는 긍정적 목소리와 함께 “한국의 대표적인 침례교회인 지구촌교회가 어떻게 후임에 장로교 배경의 목사를 선임할 수 있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함께 나온 것.
이에 대해 이 목사는 “극소수의 목사들이 정치적인 의도로 주장한 것”이라며 “진 목사는 미국에서만 침례교 목사로 8년간 목회했다”며 침례교 목사가 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목사에겐 ‘국내 최고의 설교가’ ‘설교의 달인’ ‘언어의 연금술사’란 별명이 따라붙는다.
설교를 빼놓고는 이동원 목사를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설교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지구촌교회의 위상은 그의 설교의 위상이라고 할 만큼 그의 설교는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이에 대해 이 목사는 “난 설교가 지구촌교회 성장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지 않는다”며 “우리 교회는 어린이부터 장년부까지 갖춰진 탄탄한 교육시스템 때문에 성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셀과 교육시스템이 잘 갖춰진 만큼 지구촌교회는 내가 없어도 전혀 흔들릴 교회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요즘 한국 교회 강단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한마디로 깊이가 없다고 했다.
이 목사는 “예전엔 설교를 준비할 때 자료가 없어서 전적으로 묵상에 의존해야 했는데 지금은 자료가 넘치다 보니 설교를 짜깁기하는 경향이 많다”며 “그러다 보니 설교가 깊이가 없어졌다. 그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목사에게 목회가 뭔지 물었다. “사람을 사랑하고 세우는 일입니다. 목회를 성공이라는 잣대와 평판으로 보게 되면 스트레스가 되지만 사람을 세우는 데 초점을 맞추면 목회만큼 즐거운 일이 없습니다. 단지 나에게 목회가 힘들었던 이유는 제가 조직이나 행정에 은사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어딜 가나 인기 설교가, 인기 강사로 손꼽힌다.
하지만 이 목사는 오히려 자신은 인기와 거리가 멀다고 했다.
“인기는 제가 좋아하지 않는 단어입니다.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 신경 쓰거나 노력한 게 전혀 없습니다. 성공은 저와 거리가 멉니다. 저는 자유인입니다. 자연스럽게 사는 게 좋습니다.”
그는 또 “20대 때 존 스토트와 C S 루이스가 내 신앙의 기초를 닦아줬다”며 “난 기독교 집안이 아니었기에 대학 시절 두 분의 책을 보며 신앙을 키워갔다”고 말했다.
한때 콘퍼런스를 이끌기도 했던 관상기도나 침묵기도에 대해서는 “공격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낸 말일 뿐”이라며 “너무 급하게 살지 말고 여유를 찾고 자신을 돌아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지난 목회에 대한 아쉬움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피력했다.
“나 자신의 부족함입니다. 나 자신을 다루는 셀프 메니지먼트(자기 관리)가 부족했습니다. 교인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킬 수 있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힘들었던 면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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