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들, "이제 어디로 가야하느냐" 사랑의등대 도와달라고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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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숙인 급식시설 사랑의등대(대표 김법곤 목사)가 퇴거 위기에 처해 길거리에 내몰릴 상황에 빠져있다. 사진은 2007년 서울역 복도에서 진행된 노상급식 장면.


하루 1천 여명의 노숙인들에게 무료급식을 제공해 온 사랑의등대(대표 김범곤 목사)가 문을 닫아야 할 위기에 처했다.
이와함께 기독교계가 서울역 노숙인들과 국내 재난지역 구호를 위해 사랑의등대에 일임한 기독교긴급구호센터 기능도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20년 넘도록 길거리에서 노숙인 무료급식을 해 온 예수사랑선교회는 한 기독 실업인의 도움을 받아 지난 2008년부터 서울역 인근에서 노숙인 실내 급식을 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무명의 기독실업인이 최근 부도위기에 직면하면서 사랑의등대 건물 임대보증금 4억원을 회수하기로 해 이달 말까지 건물을 비워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지난 4년간 지속해온 실내 무료급식은 물론, 예수사랑선교회가 지난 23년 동안 펼쳐온 노숙인 지원활동 사업까지 모두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서울역 주변 노상 급식은 서울시가 위생상의 이유로 허용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가장 안타까워하는 것은 노숙인들이었다.
노숙인들에게 있어 사랑의등대는 배고픔을 잊고 삶의 희망을 되찾게 해준 구호선이었기때문이다.
노숙인 차무강(63세)씨는 "찹찹하다"며, "길거리에서 방황하다가 여기서 차차 안정을 찾고 있는데 나를 포함해 수백명의 노숙인들은 이제 어디로 가야하느냐"며 울멱였다.
김만영(68세)씨는 "국가에서 혜택을 주시면 좋겠다"며, "정부 예산을 다른 곳에서 쓰느니 이런 곳을 살려주시면 안되겠느냐"고 말했다.
사랑의등대 등대지기 김범곤 목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기도뿐이다.
김목사는 "사랑의등대가 계속해서 노숙인들과 도움이 필요한 곳에 희망의 빛을 비출 수 있기를 바란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밝혔다.
김범곤 목사는 또, "하나님이 귀한 손길을 통해서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열어 주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퇴거 위기에 처한 사랑의등대는 그동안 매일 아침과 저녁 노숙인 무료급식을 실시해왔으며, 예배처소와 쉼터, 무료진료소도 함께 운영해 노숙인 통합지원시설 기능을 담당해 해왔다.
"사랑의등대 폐쇄 안된다"...인근 노숙단체들 급식 부담 가중 이유
서울역 인근 노숙인 단체들은 사랑의등대 퇴거 위기 소식을 듣고 급식 부담이 늘어나게 됐다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서울역 인근 노숙인 급식시설은 시립 무료급식소 채움터를 비롯해 사랑의등대, 드림씨티노숙자센터, 구세군브릿지센터, 성공회 다시서기상담보호센터 등 7곳이다.
하지만, 부랑 노숙인을 위해 매일 급식을 실시하는 곳은 채움터와 사랑의등대, 다시서기와 브릿지상담보호센터 등 3-4개 단체에 불과하다.
이들 단체를 이용하는 노숙인들은 700명 정도가 찾는 채움터를 제외하고는 하루 평균 200명 남짓.
이마저도 대부분 교회와 후원단체들의 지원을 받아 급식소를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변수가 많다.
이 가운데 사랑의등대는 하루 평균 500명에서 많게는 1천여 명에 달하는 노숙인들에게 아침, 저녁식사를 제공하면서 서울역의 상당수 노숙인들을 수용해왔다.
이 때문에 사랑의등대 퇴거 위기는 서울역 인근 노숙인단체들에게도 큰 근심거리가 됐다.
사랑의등대가 담당해온 급식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연식 목사(서울역 드림씨티 노숙자센터)는 “사랑의등대가 퇴거되면 결국 어느 정도 노숙인들은 굶을 수 밖에 없게되고, 노숙인들이 다른지역으로 이동하게되면 다른지역 단체들도 더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서울노숙인복지시설협회는 “서울역 인근 노숙인들은 500명 정도지만, 쪽방촌 주민들과 독거노인들까지 급식소를 찾고 있어 급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사랑의등대가 퇴거되면 상황은 더 심각해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마승서 소장(서울노숙인복지시설협회)은 "급식소를 찾는 준노숙인들 즉, 쪽방에서 거주하시는 분들과 독거노인들도 30-40%가 된다"며, "이 분들까지 포함하게 되면 실질적으로 서울역 근처 급식소가 부족한 상태고 오히려 많은 물자와 일손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사랑의등대가 퇴거위기에 빠지면서 서울역 노숙인단체들은 사랑의등대 문제가 하루 빨리 해결되기를 바라면서도 밀려드는 노숙인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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