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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적응하고 미래 설계해야

개강을 전후해 신입생들이 참석해야 할 모임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OT’ 또는 ‘새터’라 불리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입학식, 그리고 개강 총회이다. 

그 외에 학교에 따라 ‘예비대’ 과정을 만들어 맛보기 강의를 하는 곳도 있다. 
개강 이후에는 학과나 단과대별 MT나 동아리 모임이 기다리고 있다. 

‘아싸’의 길을 갈 것인가, 말 것인가의 고민은 크리스천도 예외는 아니다.
 아싸를 자처할 수도 있고, 아예 ‘노는’ 문화에 동화돼 버리기도 한다는 게 현장 사역자들의 전언이다.

전문가들은 소위 ‘고4 증후군’을 앓는 신입생들에겐 초기 대학생활은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고4 증후군은 대학생이 됐지만 생각과 행동은 여전히 ‘고3’에 머무는 현상이다. 
목적이나 목표의식이 약하고 고민이 없으며 계획한 일을 포기한다. 

여기엔 목표로 하지 않은 대학이나 전공학과에 다녀야 하고 미래가 불투명한 데다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하는 환경 등의 요인이 작용한다.

고4 증후군이란 신조어를 만든 국민대 이의용(60·교양과정부) 교수는 “대학생은 일정한 방황 과정을 거치며 성숙해간다”며 “적극적인 대학생활을 통해 정체성을 빨리 파악해 미래 비전을 세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스펙쌓기’의 틀에서 벗어나라

개강에 앞서 열린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은 안전사고 예방에 주력하는 모양새를 띠었다.
 이는 지난달 17일 경북 경주시에서 발생한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사고가 계기가 됐다. 
한남대는 지난달 24일 공과대 오리엔테이션에서 총장이 직접 나와 학교를 소개하는 등 2박3일간 일정을 소화했다. 

이날 OT에는 학과장 등 교수들이 동행했고 안전사고에 대한 주의도 각별히 당부했다. 
학교는 기독교대학 특성상 신천지 등 이단단체 방지에 대한 설명과 교목의 기도도 이어졌다. 

한남대 생명나노대학은 몇 년 전 기존의 단과대 OT를 생략하고 해비타트 봉사활동을 떠나는 등 이색적인 OT를 다녀오기도 했다.

경북 포항시 북구 한동대 OT는 특별하다. 

올해 설립 20주년을 맞는 한동대는 이번 OT 콘셉트를‘그리스도 안에서 하나(One in Christ)’로 정했다. 

지난달 24일 891명의 신입생들은 학교 채플에서 주제 성구인 에베소서 2장 21∼22절 말씀을 읽고 예배를 드리는 것으로 4박 5일간의 OT를 시작했다.

한동대 OT는 선배 학생들이 스스로 기획하고 학교 당국은 장소와 물품 등을 지원한다. 
올해는 2, 3학년 학생들이 신입생 가이드를 자처하고 나섰다. 

이들은 자신을 ‘새내기 섬김이’라고 불렀고 OT 일주일 전부터 교육을 받았다. 

212명의 새내기 섬김이는 교수와 교목의 면접으로 선발됐고 신입생들과 함께 숙식하며 학교생활을 도왔다.

전체 감독을 맡은 이나경(25·여·언론정보학)씨는 “역대 프로그램을 참고해 기획하고 이를 학생지도위원회의 조언을 거쳐 결정했다”며 “올해는 ‘천로역정’이라는 상황극도 제작해 대학생활과 인생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던졌다”고 말했다.

대학시절은 인생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시기이다. 

다양한 경험을 쌓고 소중한 만남을 통해 삶의 방향을 찾아야 한다. 

최근엔 취업과 장래 불안 등으로 스펙 쌓기에 열중하면서 1∼2년간 휴학하며 언어연수와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고 졸업까지 연기하며 취직 준비에 매달릴 수밖에 없게 됐다. 

이 때문에 대학교 6학년이란 말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아무리 세태가 변하더라도 대학 시절은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학원복음화협의회 장근성 총무는 “청춘의 시기는 인생 전체에서 매우 적은 부분”이라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나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 총무는 “다른 학생들이 스펙 쌓기에 몰두할 때 크리스천 대학생들은 이렇게 짜여진 틀을 과감히 깨고 진지한 성찰의 시간을 가져 봐야 한다”며 “여행이나 단기선교, 공동체 합숙훈련을 통해 경험과 교양의 폭을 늘려도 좋다”고 말했다.

지난해 신입생 시절을 보낸 숭실대 민예람(20·언론홍보학과)씨는 “술 문제에 대해서는 무조건 피하기보다는 지혜롭게 대처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어차피 졸업 후 사회에 나가더라도 다양한 회식문화 등이 있기 때문에 도망다니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한동대 마민호(국제어문학부) 교수는 “신입생들은 큰 배움을 습득하는 기본적인 자세와 방법을 빨리 갖출 필요가 있다”며 “자신의 존재와 역사에 대한 본질적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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