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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노랗게 떨어진 
늙은 은행나무 아래는  
휑하니 비어있는 의자 하나  
낮은 몸 잔뜩 구푸린 채  
낯선 이를 기다리고 있다 

얼마나 기다린 것일까 
녹슨 다리에 굽은 허리  
색 바래 검버섯 피어있고  
한쪽 귀퉁이는 이미 썩어 
흉하게 내려앉아버렸다 

오랜 세월 동안 
한 치의 움직임도 없이  
탕자를 기다리던 아버지처럼 
오지도 않는 이를 기다리다  
홀로 늙어버린 빈 의자 

방황하는 젊은이라도 
삶에 지친 가장이라도 
짝 잃어 외로운 노인이라도  
누구든지 받아주고 싶은 데 
언제든지 받아줄 수 있는 데 

아무도 찾아오지 않아 
더 늙어 보이는 빈 의자엔 
가을햇살만 노랗게 내려와  
비스듬히 기대어 앉아있다 
기다란 그림자만 앉아있다  

                                        이재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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