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영 교수 실태 조사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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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출신 담임 목회자 10명 중 4명 이상이 사례비를 거의 못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교역자를 포함한 탈북민 목회자 절반 가까이는 5년 이내에 소속 교회가 존폐 기로에 설 수도 있음을 우려했으며, 3명 중 1명은 탈북민이라는 이유로 목회를 준비하던 시기부터 차별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재영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는 15일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북한선교연구소(이사장 최태협 목사)가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개최한 '탈북민 목회자와 북한 선교' 세미나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탈북 목회자의 현실과 북한 선교의 과제'라는 제목이 붙은 이 조사는 지난해 9~11월 탈북민 목회자 51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표본 규모는 작으나 국내 탈북민 목회자가 200명 수준임을 고려하면 신뢰할 만한 조사라고 할 수 있다.

조사 결과를 보면 탈북민 교회가 마주한 현실이 그대로 드러난다. 

교회 출석 인원은 코로나19가 퍼지기 이전을 기준으로 했을 때 '30명 이하' 혹은 '31~50명'이라고 답한 비율이 각각 36.6%, 26.8%나 됐다. 

150명 이상이라 답한 경우는 전체의 17.1%였다.

하지만 이런 비율은 탈북민 목회자가 부교역자로 사역하는 교회들까지 아우른 수치다. 

탈북민 목회자가 담임 목회를 하는 곳은 전부 150명 이하의 소형 교회였다. 

이들 교회의 연간 재정을 살피면 10곳 중 6곳이 미자립 교회 기준인 3000만원에 미달했다. 

지난해 결산 금액이 '1000만원 미만'이었다고 답한 곳은 31.8%, '1000만~3000만원 미만'이었던 곳은 27.3%였다.

사례비의 경우 '거의 못 받는다'고 답한 비율이 전체의 29.3%였다. 

하지만 부교역자를 제외한 담임 목회자만 한정했을 때는 그 비율이 거의 절반인 45.5%에 달했다. 

탈북민 목회자 전체의 월평균 사례비는 69만9000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올해 중위 소득이 182만원(1인 가구 기준)에 크게 못 미치는 금액이다. 

앞으로 몇 년이 교회 유지에 고비가 될 것인지 물었을 때는 45.4%가 '5년 이내'라고 답했고 '예측하기 힘들다'는 답변도 31.8%나 됐다.

담임 목회자 5명 중 4명은 '본인 주도 개척'을 통해 현 교회에서 시무하게 된 케이스였다. 

개척교회 비율이 높은 데에는 탈북민 목회자가 기존 교회에 청빙 받기 어려운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탈북민 무임 목회자 8명에게 사역을 하지 않는 이유를 물었을 때도 절반인 4명은 '마땅한 사역지가 없어서' 혹은 '청빙을 받지 못해서'라고 답했다.

이 밖에 전체 응답자의 31.4%는 목회 훈련 과정에서 탈북민이라는 출신 탓에 차별을 겪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전도사로 사역하고 싶어도 청빙을 받기 어려웠다'(62.5%)거나 '신학교에서 동료들이 잘 끼워주지 않는 느낌이었다'(25.0%)고 말했다. 

목회를 시작한 뒤에도 불이익을 받았는지 물었을 때도 '있다'고 답한 비율이 29.3%로 나타났다.

탈북민 교회가 마주한 현실은 열악하지만 목회자들의 열정만큼은 뜨겁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체 응답자의 41.5%는 '목회를 포기하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고 말했지만, 목회자로서의 자부심을 물었을 때는 '매우 있다' '약간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각각 72.5%, 27.5%나 됐다. 통일 이후 북한에서 목회할 의향을 물었을 때는 96.1%가 '매우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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