꿇은 무릎사이로
날개 돋는 여자가 있었습니다.
성결한 눈물의 시간들로 만들어진
날개를 펼쳐
하루를 살았습니다
그날,
날개가 찢진
근라의 그녀를 기억합니다
뭍에서 떠오른 낡은 작업화를
남자의 마지막처럼 껴안은 그녀가
먼바다의 입구에 망부석으로 앉아 있던 날입니다
어린 것들이 젊은 영정 사진 앞에서 파랗게 떨고 있었습니다
눈치 빠른 뱀이 그녀의 혀를 빼앗았고
순결했던 심장은 가시들에 찔려 검게 피를 흘렸습니다
굶주린 어린 입들은 그녀가 물어다 준 사과를
싸우며 나누어 먹었습니다
연탄 리어카를 끌던 가파른 언덕 끝에서
날개를 펼쳐 달아나는 대신
리어카를 밀던 어린거들에게
매서운 겨울 같은 회초리만 자꾸 내리쳤습니다
혀를 팔아 무화과 잎을 껴입은 여자가
매일 가시신을 신고 울었습니다
쓸쓸했던 어린 거지가 드디어 뱀의 목을 조릅니다
길을 잃었던 수호천사가 창세의 문자들로
십자가를 그려보는 사이
폭풍우도, 눈보라도 그쳤지만
한 팔십 년쯤 전의 일이었을까요
성결한 자리에 앉았던 그녀의 날개가
세마포에 싸여 박제가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 붉은 사과의 어렸던 입술은 여기 어딘가 둔 것 같습니다만
제 무릎은 어디다 꿇어야 할까요
우리 엄마의 무릎
그 위에 제 날개를 도게 해 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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