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환 목사

 

75세가 넘으면 정신감정 받으라고? 

아니 늙어가는 것도 서러운데 정신이 잘 돌아가고 있나 검사를 받으라니! 

노인 어른들에겐 아주 괘씸하게 느껴지는 말이다. 

그러나 세상사람 모두 받으라는 게 아니다. 

정치하는 사람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트럼프가 다시 대권에 도전하겠다고 벼르는 마당에 공화당에서 대선에 나서겠다고 선언하고 나선 니키 헤일리(Nikki Haley)가 들고 나온 말이다. 

헤일리는 트럼프에 발탁되어 미국 UN 대사를 지낸 여성이다. 

사우스 캐롤라이니아에서 역사상 첫 여성주지사로 뽑혔던 그는 인도계 이민 1세대의 딸이다. 

부모는 시크교도이지만 헤일리는 결혼 후 감리교인이 되었다.

51세의 그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민주당의 바이든 대통령 공격용으로 쏟아낸 말이 바로 고령정치인은 정신 감정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금년 80세인 바이든이 공식 석상에서 악수할 때 헛손질을 한다거나 깜박깜박 정신줄을 놓는 일이 자주 벌어지자 '저 양반이 재선에 도전한다고?' 그의 고령을 문제삼는 부정적인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바이든 뿐 아니다. 

76세의 트럼프도 공격 대상이긴 마찬가지다. 

한꺼번에 둘 다 치고 나온 것이다. 

'품안의 자식'인줄 알았는데 배반의 총질을 한다고 트럼프가 얼마나 서운해 할까?

그런데 이런 헤일리의 제안에 미국인 77%가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충격적이다. 

폭스뉴스가 조사한 것이다. 

헤일리의 제안대로라면 대통령도 그렇지만 미 연방 상하원 의원 10%가 정신감정 대상이 된다. 

사실 금년 하원의장에서 내려온 낸시 펠로시도 80세,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도 81세다. 

TV에서 보면 건강한 것 같지만 어딘가 골골대는 모습도 감출수 없다.

그런데 더한 노인도 있다. 

캘리포니아 상원의원 다이안 파인스타인이다. 

금년 나이가 89세. 상원최고령자다. 

1994년부터 30여년을 상원의원으로 지냈으니 나는 죽을 때까지 그 자리를 지켜도 되는 정치인으로 알았다. 

나이가 목에 차다보니 결국 금년엔 은퇴한다고 들었다.

헤일리의 이같은 주장에 발끈하고 나온게 지난번 민주당 대선후보로 나왔던 버니 샌더스다. 

금년 81세다. 

샌더스는 그런 주장은 '노인차별'이라고 맞서고 나왔다. 

인종차별, 성 차별처럼 우리가 맞서 싸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왔다.

사실 고령의 정치인들이 갖고 있는 식견과 경륜, 그걸 무시할 수는 없다. 

국가자원이다. 

그러나 나이가 많이 들어 판단력이 흐려지고 육체적으로 약해지는 걸 어찌할 것인가? 

정치적 오판으로 전쟁을 일으킬수도 있고 핵버튼 잘못 눌러 인류 재앙을 초래할 수도 있다. 

헤일리의 주장을 덮어놓고 정치공세로만 받아들일게 아니라 국가안보, 국민안위 차원에서 고려할 사안이다. 

왜 미국에는 대통령이나 정치인 나이 제한이 없는지 그게 궁금하다. 

다만 대통령 최저나이 35세만 못박고 있다.

사실 정치인 정신감정은 미국 뿐 아니라 UN으로 끌고 가야할 잇슈다. 

UN산하 '세계지도자 정신감정 특별위원회'같은 걸 창설하는 것이다. 

그래야 푸틴 같은 전쟁광신도를 걸러내고 피와 눈물도 없는 알 아사드 같은 시리아 독재자도 저지할 수 있지 않을까? 

사실 UN이 그런걸 만들 힘도 없지만 사실 요즘 UN이 도대체 뭐하는 기구인가? 

지구촌 평화를 위해 전혀 기여도가 없는 개문휴업기구 아니던가?

교회에도 정치인들처럼 나이 제한이 없었으면 큰 일 날 뻔 했다. 

물론 로마 교황청의 교황님은 종신제란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65세가 되면 개신교 목회자들은 은퇴하고 70세 혹은 72세가 되면 교단에 따라 만기은퇴가 법으로 정해져 있다. 

내가 속해 있는 연합감리교는 72세가 정년은퇴다.

그러나 교단법에 상관없이 65세쯤 되면 은퇴를 선언하고 물러나는 목회자들이 있다. 

대부분 후배 목회자들에게 길을 열어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 결단에 나는 찬성 박수다.

"우리 목사님 치매끼가 있어요. 노망났어요" 그런 말로 교인들이 들이대기 전에 때가 되면 칼같이 은퇴하는 게 교회의 건강을 보호해 주는 일이다. 

노인 정치인들처럼 나이 깔아뭉개고 앉아 있던 자리에서 오래오래 질척대지 않는 모습이 너무 다행스럽다. 

모세가 여호수아에게 리더십을 넘겨주었으니 '영웅 모세'가 되었지 만약 질질 끌면서 가나안 정복은 내가 진두지휘하겠다고 세대교체를 반대하고 나섰더라면 과연 어찌되었을까?

나이가 찼으면 노인차별 운운하지 말고 떠나주는 기마이가 있어야 한다. 

자기가 개척한 교회라고 종신직인양 앉아 있는 모습도, 자신이 발기 창립인이라고 한 단체에 오래오래 군림하려드는 지도자도 아름답지 못하다. 

헤일리의 주장이 아니어도 노인이 되면 정신이 오락가락하기 때문이다. 

굼뜨지 않게 벌떡 일어나는 것이 노인의 매력이다.

<크리스찬 위클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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