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환 목사

 

요즘 재밋게 보는 한국 드라마가 있다. 

넷플렉스가 영어 자막까지 깔아주는 건 고사하고 아주 넷플렉스 오리지날이라고 해서 자기네들이 제작한 한국 드라마와 영화들이 즐비하다.

내가 보는 드라마 이름은 '일타 스캔들', 영어로는 'Crash Course in Romance'다. 

지난주 8회까지 나왔다.

우선 이 드라마를 보면서 느끼는 것 3가지. 

첫째 전도연이란 배우는 연기를 참 잘도 한다는 느낌, 

둘째 한국은 여전히 입시지옥이란 걸 실감케 한다. 

셋째 "네 떡을 물 위에 던지라"는 전도서 기자의 말은 과장된 거짓말이 아니고 진리라는 점.

'일타'란 우선 '1등스타' 강사를 줄인 말이다.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에서 일등스타 강사가 된 주인공(배우: 정경호)과 그 동네 '국가대표 반찬가게' 여사장(배우 전도연)의 로맨틱 코미디 휴먼 드라마다.

일타강사는 우선 강남에 건물 몇 채를 갖고 있고 BTS 안 부러운 인기를 누리는 수학 천재다. 

그런데 이 남자에게도 문제가 있다. 

밥맛이 없어 늘 빌빌 대는 게 문제다. 

인간의 소화 기능을 고려하지 않은 빡빡한 스케줄에 공허감, 압박감, 불안감을 안고 살다보니 제대로 된 식사를 못하고 산다. 

먹는 게 보통 까탈스러운게 아니다.

그런데 학원 근처 '국가대표 반찬가게'음식만 먹으면 신기할 정도로 밥맛이 땡긴다. 

소화도 잘된다. 

이 집 반찬은 그야말로 꿀맛이다. 

그래서 잠도 잘 잔다. 

불면증도 날릴수 있다.

이 스타강사에겐 춥고 배고팠던 어두운 과거가 있다. 

지금은 금수저지만 흙수저로 태어났다. 

가난뱅이 학생이었다. 

고시촌의 '선이네 고시식당' 주인 정영순 아줌마는 이 가난한 고시생을 알뜰하게 챙겨주었다. 

사람은 뜨신 밥맛으로 산다며 공짜 밥은 예사고 늘 맛있는 반찬으로 배를 채워 주었다. 

미안해 할까봐 타지도 않은 생선을 타서 주는 거라고 핑계 대며 그냥 가져다 준다. 

돈이 없어 고개를 푹 숙이고 식당 앞을 지나칠 때면 불러서 밥을 먹여 보낸다. 

그 고난의 어린시절, 그 고마웠던 식당 아줌마의 밥맛은 결코 잊을 수가 없다. 

손맛 좋고 마음씨는 더 좋은 그 아줌마는 일타강사 최치열의 고마운 은인이었다.

산전수전을 다 겪고 그 가난뱅이 학생은 어느덧 연평균 1조원의 경제가치를 창출한다하여 '1조원의 남자'로 성공을 누리게 되었다. 

그 성공남이 드디어 국가대표 반찬가게의 음식은 바로 그 고시식당 아줌마의 음식솜씨 그대로인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지금의 남행선 사장은 고시식당 아줌마의 딸이었다. 

엄마로부터 음식 맛을 전수받은 것일까? 

공교롭게도 그 여사장은 일타강사가 일하는 '더 프라이드' 사설학원에 다니는 여고생 딸을 두고 있다. 

일타강사가 아직 눈치 채진 못했지만 사실 그 여고생은 진짜 딸이 아니다.

언니가 어머니에게 버리고 사라진 손녀이자 자기에겐 조카뻘이다. 

갑자기 그 조카와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는 남동생을 남겨놓고 어머니는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언니의 딸을 자신의 딸로 호적에 올려 키우는 이모, 가족을 위해 국가대표를 내려놓은 불운의 운동선수. 

그러나 사랑의 그릇이 큰 여자였다. 

참 없어 보이는데, 정말 있어 보이는 사람, 인생의 고단함과 질척거림에 휘둘리지 않는 '천사표 미혼모'였다.

그 남행선이 자신이 은혜를 입었던 고시식당 주인의 딸이란 걸 알게 된 일타강사는 차곡차곡 자기가 받은 은혜를 딸에게 되갚기 시작한다. 

반찬가게 전세금도 반으로 깎아주고 에어컨이 없는 아파트에 고급 에어컨도 달아준다. 

나머지 로맨스는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봐야 한다. 

9회가 기다려 진다.

어머니가 물 위에 던진 떡이 여러 날 후에 도로 찾아온 셈이다. 

개역성경의 전도서 11장 1절 말씀은 "너는 네 떡을 물 위에 던져라. 여러 날 후에 도로 찾으리라"고 되어 있다. 

리빙바이블 말씀은 좀 더 이해가 쉽다. 

"너는 물질을 후하게 나누어 주어라. 언젠가는 그것이 너에게 되돌아올 것이다." 

쉬운 성경은 좀 다르게 번역되었다. 

"씨앗을 물 위에 던져라. 수일 후면 수백 배로 거두게 될 것이다." 

번역은 약간 씩 달라도 뜻은 동일하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물질로 긍휼을 베푸는 자의 열매는 언젠가 자녀들에게 수백배가 되어 되돌아 온다는 걸 깨닫게 해준다.

우리들의 현실은 어떤가? 

교회의 영원히 변치 않는 구호는 사랑이다. 

"그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며 사랑, 사랑이 입에 붙었다. 

그러나 떡으로 표현되는 물질을 물 위에 던지듯 나눔이 없이는 그건 사랑타령에 불과하다.

내가 아는 분 중에 세계에 흩어진 선교사 가족들을 돕는 일이라면 가진 것을 탈탈 털어 돕지 못해 안달인 장로님이 계시다. 

그분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한다. 

긍휼히 여기는 마음도 하나님이 주시는 은혜요 하나님의 마음을 품게 되니 저런 미찌는 장사도 기쁨으로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런가 하면 교회 헌금을 몇 백만 불 씩 교회 통장에 쟁여놓고도 말로만 사랑, 사랑이 관념화된 교회들도 있다. 

사랑의 반대말은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라고 한다. 

내 가정, 내 교회란 두가지 울타리 밖으로는 나가지도 않고 관심도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우리는 달라야 하지 않을까? 

지금 누가 춥고 배고파하는지, 누가 밖에서 울고 있는지, 그런 신음소리 따위엔 전혀 못들은 척, 본 척도 안하고 지나치는 사람들이라면 누가 그들을 그리스도에게 속한 사람들이라 말할 수 있을까?

<크리스찬 위클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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