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환 목사

 

 미 연방하원에선 지난주 어렵사리 하원의장을 뽑는데 성공했다. 

무려 15번 투표 끝에 공화당 케빈 매카시가 의장으로 선출됐다. 

하원의장을 뽑는데 재투표가 이뤄진 것은 1923년 이후 10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고 10번 넘게 투표가 진행된 것도 1859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그래서 '세기의 파란' '상처뿐인 영광'이란 말이 나왔다.

하원의장은 미국 대통령, 부통령에 이은 권력 서열 3위 자리다. 

막강한 자리다. 

그러니 치열할 수밖에 없다. 

전임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막강했던 아우라를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어느해 트럼프 대통령이 상하원이 함께 모인 자리에서 연두교서(State of Union) 연설을 마치자 뒤에 앉아 있던 펠로시가 트럼프의 국정연설 원고를 박박 찢어 던지지 않았는가? 

그러고도 잡혀가지 않는 파워풀한 자리가 바로 그 자리다.

그런데 이번보다 더한 기록이 있다. 

역사상 가장 긴 하원의장 선출과정은 무려 133회의 투표를 거친 1856년에 일어났다고 한다. 

세상에... 무얼 뜻하는걸까? 

한마디로 권력다툼의 치열함이다.

지난해 말 한국에선 대통령 사면이 시행되었다. 

사면자가운데 최고의 뉴스메이커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었다. 

난 왜 그가 감방에 갔는지 이유는 잘 모르겠다. 

'광우병'으로 고생을 하더니 결국 '촛불'에 화상을 입고 잡혀들어간 억울한 옥살이는 아니었나 하고 연민의 정으로 그분을 바라보는 분들이 많다. 

자유의 몸이 되어 집으로 가기 전에 그는 소망교회부터 들렸다고 한다. 

그 교회 장로일 때 차량안내 쪼끼를 입고 주차장에서 봉사했다던 바로 그 교회였다.

아마 OECD 국가중 대통령을 지내고 감방에 가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단연 1위일 것이다. 

지난주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박람회(CES)에는 미국 다음으로 한국이 600여개 업체가 참여해 2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일본이나 중국을 보란 듯이 제쳐놓는 기술강국이 된 것이다. 

그뿐 아니다. 

'2022년 가장 강력한 국가' 순위를 매겨봤더니 한국이 6위! 

이걸 조사한 언론이 허접한 옐로페이퍼가 아니라 그 이름도 유명한 시사주간지 US뉴스&월드리포트가 지난해 말 발표한 것이다. 

1위는 미국, 이어 중국, 러시아, 독일, 영국이 상위 5위에 올랐다. 

한국은 6위, 프랑스가 7위, 일본이 8위로 조사되었다.

이런 걸 보면 대한민국은 참으로 근사한 나라다. 

아니 대단한 나라다. 

그런데 대통령을 감방에 보내는 것으로 따지면 아프리카 군사독재국가 저리 가라 수준이다. 

그러니까 "세계 6위 좋아하시네. 정신들 차리세요. 정치 후진국 어글리 코리안들아!" 

그냥 내뱉고 싶을지라도 미국에 살면서 사랑하는 조국에 대고 그렇게 쏴붙이면 싸가지 없단 소릴 들을테니 조심해야 한다.

대통령에서 물러나면 감방가는게 짜여진 스케쥴인 양 자리잡은 대한민국에서 그래도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은 어찌 그리 집요하게 권력욕을 버리지 못하고 정치판을 흔들고 있는 것일까?

그래서 미국 과학소설가 데이빗 브린이 한 말에 공감이 간다.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라고 말들하지만 사실은 권력이 부패하기 쉬운 사람들을 끌어 당긴다는 게 진실에 더 가깝다. 건전한 사람은 보통 권력 이외의 것들에 끌린다(The sane are usually attracted by other things than power)."

권력무상을 넘어 인생무상은 지난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연출되었다. 

지난달 선종한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장례식이 그 광장에서 열렸다. 

종신직인 교황들은 대개 죽어야 임기를 마치는게 전통인데 생전 은퇴한 베네딕토 교황의 장례식은 현 프란치스코 교황의 집례로 열리게 되었다.

'두 교황'이란 영화로 잘 알려졌던 두 사람 중 하나가 먼저 세상을 떠났으니 이제 혼자 남은 셈이다.

그런데 장례식에 모습을 드러낸 베네딕토 교황의 관은 너무 소박한 삼나무 널빤지 관이 아닌가? 

그 관을 보는 순간 떠오르는 말은 아무리 막강한 권세라도 10년을 넘기지 못한다는 '권불십년,' 열흘 붉은 꽃이 없다는 '화무십일홍'이란 말이었다.

교황이 널빤지 관을 이용하여 소박하게 세상을 떠나가듯 아무것도 쥐고 가지 못하는 게 인생이다. 

전도서 기자는 그래서 해 아래 수고하는 모든 수고가 사람에게 무엇이 유익하냐고 탄식하고 있는 것이다. 

솔로몬이 아무리 '허무가'를 노래하며 공수래 공수거를 골백번 외쳐본들 어찌하랴! 

여전히 가슴속에 가득 부풀어 오르는 인간탐욕을 주체하지 못하는 게 너와 나, 그리고 우리 모두의 모습이다.

워싱턴에서도 치열한 권력싸움, 서울에서도 좌파 우파의 총성없는 전쟁, 그러면 워싱턴 의사당이나 서울의 국회의사당 앞에 교황의 장례식에 사용했던 똑같은 모양의 널빤지 관을 비치해 놓고 그 속에 들어가 10분씩 QT를 해보라고 권하면 세상을 치유하는 길이 열리기는 할까?

권력을 탐하는 사람들 뿐이겠는가? 

조금 잘 살아보겠다고 새해를 다짐하는 사람들도 베드로 광장의 널빤지 관을 떠올리며 혼자라도 명상의 시간을 가져보자.

"너희 생명이 무엇이뇨 너는 잠깐 보이다가 없어지는 안개"라며 인생무상을 설파했던 사도 바울이 우리에게 무슨 말로 권면하고 있는가? 

"그러므로 내 사랑하는 형제들아 견고하며 흔들리지 말며 항상 주의 일에 더욱 힘쓰는 자들이 되라!"

<크리스찬 위클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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