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환 목사

 

연말이 되면 회사 혹은 각종 단체들은 연말 결산을 한다. 

한해동안 들어온 돈이 얼마, 나간 돈은 얼마, 그래서 남은 돈이 얼마, 혹은 적자가 얼마. . 그걸 회원들에게 공개하는게 원칙이다.

교회도 연말 결산을 한다. 

교인들이 모두 참석하는 혹은 일부 교회에선 세례교인만 참석하는 교인총회에서 새 임원들을 선출하고 한해 동안의 돈 씀씀이를 결산하고 새해 예산을 통과시킨다.

남가주 한 교회에서 일어난 일이다. 

연말 결산을 앞두고 교인들에게 특급비밀(?)이 탄로가 났다. 

교회에 무려 9백만 달러란 거액의 돈이 쌓여있다는 사실이 폭로된 것이다. 

대형 예배당을 소유하고 있는 교회라서 예배당 건축 헌금같은 걸 모아둘 필요가 없는 교회였다. 

그러니까 모아진 헌금을 그냥 예배당에 쟁여둔 셈이었다. 

교회가 발칵 뒤집혀 교인총회를 열고 난리가 난 모양이었다. 

이미 담임목사는 1년 안에 은퇴를 선언했고 후임 목사가 선정되어 함께 동역하고 있는 마당에 그 많은 돈을 모아둔 의도가 무엇이었을까? 

무슨 '마을금고'같은 걸 차려서 돈 장사를 하려는 의도는 분명 아니었을 것이다.

가정마다 은행 계좌가 있다. 

가족 구성원의 노동의 댓가로 돈이 모아진다. 

절약해서 돈을 더 불켜 나간다. 

그건 미덕이다. 

교회도 은행구좌가 있다. 교회 구성원들의 헌금을 통해 돈이 모아진다. 

그건 하나님께 드려진 '성별'된 돈이다. 

그럼 하나님이 원하시는 방법으로 지체없이 사용되어야 마땅하다. 

그래서 개인구좌와는 근본이 다른 어카운트다. 

그걸 쓰지 않고 모아두는 것은 미덕은 커녕 불법이다. 

하나님의 뜻에 대한 반역이기 때문이다.

예수님이 누누이 말씀하지 않으셨는가? 

너희를 위하여 보물을 땅에 쌓아 두지 말고 좀이나 동록이 해하지 못하는 하늘에 보물을 쌓아두라 하셨다. 

그러면서 하신 말씀이 기막히는 금언이다. 

"네 보물 있는 그곳에 네 마음도 있느니라."

보물을 하늘에 쌓아두라고 하시지 않았는가? 

그 교회에 강단에서도 이런 예수님의 보석과 같은 말씀이 선포되기는 했을까? 

교회가 예수님의 말씀을 거역하는 '찐사례'를 행동으로 보여준 셈이다.

주보를 통해 헌금 명단, 헌금 액수는 꼬박꼬박 교세를 자랑하듯 밝혀주면서 왜 9백만 불이 쌓일 때 까지 헌금 잔고 내역은 천하에 공개되지 못했을까? 

아무도 안 알려주고 회장님과 회계만 알고 있는 '깜깜이 회계'는 세상에서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런데 그게 교회에서조차 버젓히 자행된 사례가 아닌가?

교인들이 헌금할 때는 선교와 이웃 사랑을 위해 사용되고 그리하여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에 넓혀가기를 소원하는 마음으로 심지어 웰페어까지 쪼개 쓰며 강단에 바치는 눈물 어린 물질이 아니던가? 

그렇게 모아진 거액의 헌금이 교회구좌에 숨어서 정성을 쏟아 바친 이들의 거룩한 신심을 비웃고 우롱한 셈이 된 것이다.

내가 아는 몇몇 작은교회는 연말이 되면 재정 결산을 끝내고 남는 돈은 무조건 지역의 자선단체, 노숙자 시설, 혹은 가난한 선교사 자녀들을 위해 아낌없이 쓴다. 

그게 몇 백불, 몇 천불이 되었던 하나님이 잠시 맡겨주신 돈이라 생각하고 쪼잔하게 염려를 앞세우는 장로들 보란 듯이 앞 뒤 안가린 채 그냥 체크를 돌린다. 

수만명 모이는 대형교회 전혀 부럽지 않은 모습이다. 

"내년에 우리 교회는 제로(0) 밸런스로 시작합니다. 우리를 지켜보시는 하나님께서 알아서 채워주실 것입니다. 그런 믿음으로 연말 결산을 하십시다!" 

이 용기있는 목사님의 목소리는 마치 광야에서 들려오는 선지자의 음성 같지 아니한가?

목회자를 평가하고 교회를 선택할 때 최우선 순위는 그분의 설교실력이다. 

이게 이민교회의 문제다. 

기똥차게 설교 잘한다고 알려지면 우루루 몰려간다. 

문제는 앞뒤가 안맞고 표리부동에다 언행 불일치라 할지라도 목사님의 그 잘난 설교 하나 때문에 모든 허물을 덮어준다면 거기서부터 교회는 썩기 시작한다. 

설교지상주의가 부메랑이 되어 교회의 망조를 불러오는 결과다.

연말 결산이란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이다. 

그냥 돈만 따지는 연말 결산이 아니라 우리 목사들도 영적인 연말 결산을 해 보자. 

이건 목사인 내게 먼저 던져보는 말이기도 하다. 

말 만 번지르하게 하고 행동은 전혀 따라주지 못하는 목회자들이 너무 많은게 현실이다. 

잘하는 설교 쫓아다닐 만큼 성도들이 '듣는 설교'에 굶주렸다면 그 설교 듣고 변화된 게 1이라도 있느냐고 묻고 싶다.

그러다보니 다른 건 몰라도 설교만 잘하려 덤비는 설교기술자들로 교회가 채워진다. 

결과는 뻔하다. 

듣는 귀는 세계적인 학자 저리가세요 수준이건만 세상에 나가서는 전혀 예수와 상관없는 불신자 인생을 멋들어지게 살아가는 가분수 평신도들만 콩나물 시루처럼 배출해 낸들 그게 하나님 나라에 도움이 될까?

왜 대형교회 목회자가 은퇴하고 나면 며칠 못가서 교회에 분란이 일어나는 것일까? 

정말 후임자가 전임 목회자에게 배반의 칼을 들이대기 때문일까? 

아니면 성도들의 듣는 귀만 훈련시켜 신앙의 기형아만 양산해 온 전임 목회자의 실패한 설교기술 때문일까?

말이 좀 어눌하면 어떤가? 

목사님의 학력이 좀 딸리고 영어실력이 출중하지 못하면 어떤가?

목회능력이 부족해서 늘 개척교회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면 또 어떤가? 

정말 중요한 것은 설교한 만큼 살고 사는 만큼 설교하면서 하나님을 사랑하고 성도들을 사랑하는 순수하고 열정적인 목사님, 그런 목사님 때문에 행복한 성도들, 그런 성도들 때문에 조금은 궁핍할지라도 언제나 마음에 천국이 느껴지는 목사님, 그런 모습을 회복하기 위한 내 신앙의 연말결산! 

새해가 열리기 전에 그런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크리스찬 위클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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