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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증후군의 겉으로 들어나는 모습은 비만과 둥근 얼굴, 낮은 코, 좁은 턱, 풀린 눈이 특징적인 얼굴 모양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상한 눈으로 뚫어지게 쳐다본다. 

그러나 당사자에겐 그 시선이 불편하기 짝이 없다. 

식당에 가서 밥을 먹다가도 앞에 앉은 사람이 다운증후군이면 철모르는 아이들은 표정으로 놀려주기도 하고 이상한 제스쳐로 흉을 보기도 한다. 

그럴 때 그는 얼마나 큰 모멸감을 느끼게 될까?

다운증후군(Down Syndrome)이란 유전병의 일종이라고 하지만 학자에 따라서는 본인만 환자이고 대를 타고 전달되지는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 병은 신체 발달의 지연을 일으키고 안면 기형과 지적 장애를 동반하고 있는데 평균 지능지수는 대략 9살이라고 알려져 있다. 

통계적으로는 1000명의 아기당 1명 꼴로 나타난다고 나와 있다.

1866년에 이 병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영국 의사 존 랭던 다운(John Langdon Down)이다. 

그의 이름을 따서 다운증후군이란 이름이 붙여졌는데 한때는 환자의 얼굴이 몽골인을 닮았다 해서 발견한 이가 '몽골리즘'이란 이름을 붙였지만 특정 인종을 비하하는 단어라서 지금은 사장되었다고 한다.

이 병을 앓는 이들의 특징이 있다. 

바로 얌전하고 봉사정신이 강하다는 것이다. 

'천사병'이란 별명이 붙은 이유다. 

그래서 다운증후군 환자들이 공유하는 3가지 특징은 외모, 봉사정신, 고집이라고 한다.

야구를 좋아하는 분들은 많이 알고 있는 이야기다. 

미 프로야구(MLB) 선수인 알버트 푸홀스(Albert Pujols)는 남가주 에인절스에서 뛰다 다저스를 거쳐 지금은 자신이 메이저 리그에 데뷔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가 있다. 

그런 팀 경력보다 유명한 것은 그의 딸이 다운증후군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친자식이 아니다. 

현재의 아내와 이혼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다. 

그런데 친자식처럼 의붓딸을 더 사랑하고 자신의 이름을 따서 봉사재단을 만들어 매년 장애아동을 위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알버트 푸홀스는 야구장을 벗어나 이런 고운 마음씨 때문에 야구팬들의 칭송을 받고 있는 '천사표 인생'이다.

그런데 지난달 넷플렉스를 통해 방영된 한국의 옴니버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Our Blues)'는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한 젊은 여성을 픽업하여 세상을 뒤집어 놓았다. 

드라마를 보며 다운증후군 환자에게 보냈던 무관심과 비정함을 회개하며 줄줄이 눈물을 흘렸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드라마에서 다운증후군의 영희는 제주도에 사는 쌍둥이 동생 영옥(배우 한지민 분)의 언니로 나온다. 

둘은 어려서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영희는 시설에 맡겨져 살고 있다. 

동생 영옥은 영희와 멀리 떨어지려고 일부러 제주도까지 와서 해녀로 산다. 

영옥은 한때 지하철에서 영희를 버린 적도 있다. 

그 영희가 마침내 그리워하던 동생을 만나러 제주도에 왔다가 벌어지는 두 자매의 고통과 사랑의 이야기가 14회에서 전개된다.

다시 육지에 있는 시설로 되돌아가지 않겠다고 떼를 쓰면 어쩌나 걱정하던 동생에게 제주도에서 만났던 다정했던 이들의 얼굴 그림을 몰래 남겨놓고 약속대로 제주도를 떠난 영희를 생각하며 영옥은 나중에 오열하고 만다. 

죽을 때까지 영희 부양은 내가 한다고 다짐하면서.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했던 이 드라마에서 영희 역을 맡은 정은혜 씨는 금년 33세의 진짜 다운증후군 환자다. 

이로써 그는 배우로 데뷔했지만 그는 이미 사람들의 얼굴을 주로 그리는 캐리커쳐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가 드라마 출연 이후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왔다. 

다운증후군 환자로 살아가는 자신의 삶을 소개한 것이다. 

그런데 인터뷰에서 나를 놀래킨 말이 있다. 

자신을 병신취급하며 바라보는 사람들의 얼굴을 그림으로 그리면서 오히려 치유와 용서를 경험한다는 대목이었다. 

아! 내 몸에 전율이 느껴지는 게 아닌가? 

그가 그동안 그려온 사람들의 얼굴만 무려 4000명!

4000명을 용서했다는 말이 아닌가? 그의 얼굴에 예수님의 얼굴이 오버랩이 되는게 느껴졌다. 

'천사병'이란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었다.

정은혜 씨는 시선강박증에 시달렸다고 한다. 

누가 나를 괴물인 듯 쳐다보는 시선이 너무 싫어서 생긴 또 하나의 마음의 병, 시선강박증... 

그런데 자신을 그렇게 혐오하듯 빤히 쳐다보는 사람들의 얼굴을 그림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얼굴을 그리는 중에 놀랍게도 용서하는 마음이 생겨났고 비웃음의 시선을 긍정의 시선으로 되돌려 주니 오히려 상처받은 가슴에 치유가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아! 세상에 이런 아름다운 화가가 어디 있을까?

드라마를 보면서 과연 노희경이란 작가는 대단한 분이라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운증후군 환자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이렇게 따스하게 교정시켜 주다니!

세상이 비웃고 미워할지라도 그걸 사랑으로 되돌려주는 것보다 더 큰 기독교의 가르침은 없다. 

한 다운증후군 환자가 그걸 가르쳐주었다.

 <크리스찬 위클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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