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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오스크(Kiosk) 공포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키오스크는 이미 여러해 전부터 노인들의 불편한 문명의 이기로 접근해 왔다.

코로나로 닫혀있던 맥도날드도 다시 문을 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주문 창구 바로 옆에 셀프오더가 가능한 멀쩡하고 잘생긴 기계 하나가 잡다한 메뉴를 가슴에 품고 버티고 서 있다. 

그게 키오스크다. 

갖가지 메뉴가 그림으로 그려있고 가격도 선명하게 나온다. 

원하는 버튼을 꾹꾹 누르고 크레딧 카드를 긁으면 영수증과 오더 번호가 나온다. 

그걸 붙들고 있다가 음식이 나왔다고 누군가 소리치면 찾아다 먹으면 된다. 쉬워 보인다. 

직원에게 중얼중얼 말을 걸 필요가 없다. 

영어도 짧은데 아주 편리해 보인다. 

그런데 겉과 속이 다르다. 

결코 쉽지 않은게 키오스크다.

나는 보통 시니어 커피를 오더한다. 

'맥다방' 커피는 항상 써서 문제다. 

그래서 나는 항상 뜨거운 물 한컵을 달라고 함께 주문한다. 

쓴 커피와 타서 마시기 위해서다. 

뜨거운 물 한잔은 공짜니까. 

그런데 시니어 레귤러 커피는 단추를 눌러서 오더가 가능한데 도대체 핫 워터가 눈에 띄질 않는다. 

장님이 코끼리 몸을 더듬듯 손가락으로 여기저기를 눌러 대다 보니 아이고, 그나마 내가 이미 오더한 시니어 커피가 창에서 사라져 버린 게 아닌가? 

내 뒤에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이 나의 손가락을 주시하고 있는게 보였다. 

이러다가 촌사람 취급, 노인네 취급은 당연하고 잘못하다가는 멍청한 아시안 또라이. . . 

내 뒤통수에 대고 그런 소리를 중얼대는 것 처럼 느껴졌다.

핫 워터 한잔 찾으려다 이런 망신을 당하다니! 

내 자존심이 급하게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혹시 뒤에 서 있는 젊은것들에게 내 속보이는 영어 실력이 들통난 게 아닐까? 

에라, 핫워터고 나발이고 집어치우자, 그래서 키오스크 오더를 포기하고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있는 코리안 노인네! 

그게 바라 나의 모습이었다.

그렇게 키오스크는 노인들의 자존심을 밟아버린다. 

그 키오스크가 어디 맥도날드 뿐인가? 

은행은 키오스크의 선도자 역할을 해 왔다. 

은행의 ATM은 완전히 대중화된 기계다. 

내가 다니는 카이저 병원은 체크인이 거의 키오스크로 전면 대체되고 있다. 영화관도 마찬가지다.

공항도 이미 오래전부터 시행되고 있다. 

공항 키오스크는 여권의 사진이 붙어 있는 페이지를 스캔해 주어야 하는데 얼굴을 거꾸로 스캔했다고 다시 하라 하고 숫자 하나가 잘못 입력됐다고 모든 걸 처음부터 다시 프로세스를 하라고 하면 간당간당한 비행기 탑승 시간 때문에 애간장이 타기도 하고 울화통이 터지기도 한다. 

기계 보고 하소연 할 수도 없고 사람 돌아버리게 만드는게 키오스크.

터치스크린 방식의 무인단말기를 키오스크라고 부른다. 

영어로는 Touchscreen Information Delivery System이다. 

근데 왜 이게 유행인가? 

당연히 비용 절감 때문이다. 

더구나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면서 얼굴을 마주 보다가는 바이러스가 전파될까 두려웠던 참인데 사람 대신 기계가 일을 대신해 주니 날개 달고 주가가 치솟아 오른 것이 키오스크다.

노스캐롤라이나의 한 크레딧 유니온에서는 셀프서브 키오스크를 사용하면서 은행 창구 직원의 비용을 40%나 절감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러니 비용 절감 차원에서 키오스크는 비즈니스 세계에선 없어서는 안될 대세가 되고 있다.

사람 대신 일해주는 키오스크에게 역기능이 없을 리 없다. 

바로 탈인간화(dehumanization)란 불행한 도전이다. 

많은 고객들이 키오스크를 선호하는 이유는 편리함과 신속함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은행직원이나 식당 종업원, 공항 카운터에 앉아 있는 직원들과 대면하여 말하기를 더 즐거워한다는 것이다. 

빠른 서비스보다 만남을 우선시한다. 

대도시가 아니라 한적한 시골 은행이나 식당에선 찾아가는 손님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주는 곳이 적지 않다. 

이처럼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곳에 정작 삶이 이루어지고 공동체가 형성된다.

키오스크가 지배하는 세상이 오면 결국 사람은 사라지고 말 없는 기계와 동거하는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 

모든게 탈인간화되는 고독하고 삭막한 세상의 출현이다. 

장차 장례식장엔 조문객을 맞는 유족들은 사라지고 조의금을 받는 키오스크 한 대가 떡 버티고 서 있는 때가 오지 않을까? 

이 무인단말기 시대가 가져올 탈인간화를 어떻게 극복해 낼수 있을까? 

그건 학교에서 책 펴놓고 연구하는 것으로 밥 먹고 사는 미래학자들에게 맡겨둔다고 하자.

그래도 시대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뭔가 배워보려고 노력해야 하건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요즘 듣기 좋은 말이 웰에이징(well-aging)이란 말이다. 

우아하게 잘 늙어가는 노후. 우선 건강해야 웰에이징이다. 

병들면 웰에이징이고 뭐고가 없다. 

그런데 건강 못지않게 디지털 능력도 이젠 웰에이징의 주요 요소로 꼽는다. 

은행에 가서 ATM 사용도 안되고 식당이나 병원에 가서도 키오스크는 사용할 줄도 모르고 운전할 때 GPS마져 사용할 줄 모른다면 그건 디지털 문맹인 셈이다.

디지털 문맹의 최대 연령층은 당연히 노인층이다. 

키오스크는 세상을 지배하려 들고 디지털 문화는 촌각을 다투며 발전하고 있는데 노인들을 위한 '대책반'은 전무한 상태다. 

노인학교 등에서 가르쳐주는 '셀폰 다목적활용법' 겨우 그런 정도다. 

디지털시대를 못 따라가면 결국 디지털 장애인으로 살아가야 한다. 

키오스크 공포 때문에 떨고 있는 노인들을 구원해 줄 '구원자'는 언제 나타날까?

손자에게 하소연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디지털 문맹에선 도찐개찐인 우리 목사님 붙잡고 좀 가르쳐 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 아! 불쌍한 우리 시대 디지털 문맹들이여!

          <크리스찬 위클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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