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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선에서 윤석렬 후보가 당선되었다. 

간발의 차이로 깨진 건 이재명 후보다. 

간발의 차이, 혹은 '윤석렬 후보의 진땀승'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미국도 민주당이 한번 하면 공화당이 한번 하고 그렇게 번갈아 가며 대통령을 바꾸니까 한 정당이 말뚝 박고 권력을 독점하는 걸 국민들의 투표로 막아내고 있는 셈이다. 

투표는 곧 민주주의 상징이란 말이 맞는 말 같다. 

민주, 공화 양당제도의 문제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나는 일찌감치 대한민국 주민등록증을 포기하고 미국 시민권을 따버렸으니 투표권도 없는 신세다. 

투표권은 없지만 내 조국 대한민국을 버린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투표권과 상관없이 조국을 사랑하는 마음만은 변함이 없다. 

우리 이민자들의 한결같은 마음 아니던가? 

그래서 '민증'은 없을망정 '나를 잊지 말아주세요'라며 늘 대한민국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물망초 코리안.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를 부를 때 '윤서결'이란 사람도 있고 누구는 '윤성녈'이라 부른다. 

이름부터 헷갈리지만 우선 집에 여러마리 애완견을 키운다는 게 나와 코드가 맞고 그동안 파열음을 빚고 있는 한미동맹을 강화하겠다는 그의 선거공약도 맘에 든다. 

내가 미국에 살고 있어서인가? 

한국과 미국은 아무튼 혈맹관계가 아닌가? 

명분도 없이 우크라이나를 쳐들어갔다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러시아의 푸틴이나 독재자로 군림하고 있는 중국 시진핑, 내가 실성한 것도 아닌데 왜 비핵화를 하냐고 또 핵실험을 준비 중이라는 북한의 김정은이와 이념적 혹은 정치적으로 같은 편대를 이루어보려는 문재인 정권의 시도가 매우 불안, 불안하게 느껴지곤 했다.

러시아도 아니고 나토도 아니고 어중간하게 어슬렁대다 푸틴에게 침공을 당해 지금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우크라니아의 비극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세계는 밉던 곱던 '팍스 아메리카나'의 우산 아래 지구촌의 평화가 유지되는 현실을 무시하거나 부정할 수 없다. 

한반도의 평화유지를 위해서라면 그래서 한미동맹이 우선이다.

그러나 기호 1번 이재명 후보도 멋져 보였다. 

'욕쟁이'라느니 입에서 나오는 건 거짓말뿐이라느니 대한민국을 들어다 북한에 진상할 위험천만한 사람이라고 수많은 공격을 당했지만 나는 그를 통해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찬란하게 성숙해 가고 있음을 보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선거전에는 2번이었지만 선거후에는 1번이었다. 

투표권도 없는 주제에 공평하게 선심이나 쓰자는 심산인가?

이재명을 두고 '졌잘싸'라며 두둔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졌지만 잘 싸웠다는 격려는 같은 정당 사람들의 눈물 젖은 위로의 메시지였지만 나에게는 '졌잘승'이었다. 

"졌지만 잘 승복했다"는 뜻이다.

투표가 끝나고 개표 초반 리드를 이끌어가다가 중반에 뒤짚어지면서 겨우 0.7%차로 패배했으니 얼마나 분했겠는가? 

그동안 치열했던 막말 선거 운동을 감안하면 "재검표해라", "결과 불복하겠다"고 외치고 나왔을 법하다. 

사전투표 부실관리란 비판이 터져 나왔던 마당이라 그런 트집이 가능할 수도 있었다. 

그리되었으면 나라가 얼마나 깊은 혼란에 빠질 뻔 했는가?

우리는 그 투표결과 불복종이 나라를 얼마나 흔들어 놓는지를 너무 실감나게 경험했다. 

트럼프를 통해서였다. 

그가 백악관에서 물러나면서 온 나라가 두동강이로 갈라져 얼마나 시끄러웠는가? 

그는 공화당 사람들을 선동하여 스윙스테이트의 투표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며 수많은 법원에 소장을 들이밀며 불복종 운동을 벌였다. 

선거 부정이 있었다는 주장이었다.

그래서 바이든이 당선은 되었건만 저 유약해 보이는 양반이 백악관에서 물러갈 수 없다며 트럼프가 버틸 경우 밀고 들어갈 수는 있을까? 

국민들 모두는 걱정스럽고 불안한 마음으로 트럼프의 불복종 캠페인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불과 1년 전 쯤의 일이다.

그래서 그 불복종 운동의 불꽃이 민주주의 상징이라는 연방 의사당으로 번져 일어난 의사당 난입 폭동사건이 지난해 1월 6일에 발생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의사당에 난입해 부수고 때리고 죽이는 폭동이 일어난 것이다. 

연방의회가 이 사건으로 긴급중단되는 역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역사학자들은 미 의회가 이런 험악한 공격을 받은 것은 미국과 영국이 전쟁을 벌이던 1814년 영국군이 의사당을 점령해 불태운 이후 발생한 최초의 사건이라고 한탄했다. 

폭도들에 의해 미국의 민주주의가 무너진 날이었다. 이 사건의 수사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미국은 세계최초 대통령제 공화국이자 자유민주주의의 종주국이란 영광스러운 명예를 안고 있다. 

그런 미국의 자부심과 민주주의 역사에 칼자국을 낸 것이 바로 의회 폭동이었다. 

투표결과 불복종에서 비롯된 국가적 비극이었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역대 최소의 표차로 패배한 후보가 선관위 결과가 발표되는 순간 깔끔하게 승복을 선언한 것이다. 

"모든 책임은 오롯이 나에게"라며 승자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의 멘트를 건넨 기호 1번 이재명의 아름다운 승복선언!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빛나는 순간이었다. 

그러면서 당선인에게 통합과 화합의 시대를 열어달라고 부탁했다.

무능한 좌파 정권이 마구잡이로 뿌려놓은 이념갈등, 젠더갈등, 지역갈등, 세대갈등, 계층갈등을 치유하는 일은 그래서 윤석열 당선인이 주워 담을 아주 중요한 국정과제 제일 순위가 되었다.

지난주 대통령 선거로만 본다면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미국의 민주주의를 이겼다. 

석패 이재명 후보의 세련되고 화끈한 '졌잘승'때문이었다.

  <크리스찬 위클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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