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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에게 수퍼보울 선데이는 '왕따 선데이'다. 

교인들로부터 대놓고 왕따를 당하기 때문이다. 

지난 56회 수퍼보울도 게임은 3시 30분(서부시간) 시작이었지만 수퍼보울 파티는 대개 12시부터 시작되었다. 

다들 이날이 되면 왜 명절처럼 들뜨기 시작하는지 이해가 안간다. 

교인들 가운데 그래도 목사님 눈치가 보여서 주일예배에 참석하기는 하지만 축도가 끝나자마자 바람같이 사라지는 교인들이 있다. 

여기저기 모여서 파티를 열기 때문이다.

예배 전에 목사님에게 "오늘 예배 짧게 끝내주세요"라고 주문하는 용감(?)한 교인들도 있다. 

"목사님도 수퍼보울 좋아하시죠? 우리는 모여서 함께 볼 겁니다." 

그러면서 "목사님, 같이 보실래요?"는 없다. 

왜냐하면 수퍼보울 파티에 맥주가 빠질 수 없으니 목사 앞에서 술 마시는게 걸쩍지근하다고 생각해서 목사를 왕따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왕따 선데이다.

'괘씸 선데이'이기도 하다. 

수퍼보울 선데이를 앞두고 "목사님, 저는 교회 못갑니다," 아주 선전포고(?)를 하는 교인들이 있다. 

수퍼보울 보려고 주일예배를 까먹는다고 생각하면 괘씸하기 짝이 없지만 그렇다고 쪼잔하게 뜯어말릴 수도 없고 시험에 빠져서 교회 안 나올까 봐 큰 소리를 칠 수도 없다. 

모래를 씹은 듯 기분은 그렇지만 그래도 말 못하고 속만 끓이는 괘씸 선데이가 그날이다.

그 수퍼보울이 드디어 지난주일 막을 내렸다. 

중국에선 동계 올림픽이 열리고 있지만 NBC 방송은 이 수퍼보울 시간 만큼은 중계를 멈추고 수퍼보울에 달려 들었다. 

아리조나에서는 이날 프로골프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피닉스 오픈 마지막 날 경기가 열렸다. 

'지상최대의 골프쇼'라는 이 대회엔 갤러리들이 정중하게 숨죽이며 경기를 관람하는 매너를 사정없이 뭉개버리고 소리치고 맥주병을 집어 던져도 좋고 선수와 관중 모두가 음주, 고성, 야유를 허락받았다 하여 '골프 해방구'란 별명이 붙어 있는 대회다. 

주말 수십만 명의 갤러리가 모였지만 역시 수퍼보울 열기와 맞짱뜨기엔 역부족이었다.

금년 수퍼볼은 LA 램스와 신시내티 벵갈스와의 결전이었다. 

지난해 우승팀이자 풋볼의 전설 톰 브래디가 이끄는 탬파베이 버케니어스가 지난 1월 디비저널 플레이오프에서 램스에게 패배하자 어쩌면 램스가 수퍼보울 챔피언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희망의 불꽃을 지피기 시작하더니 우아. . 꿈이 생시가 된 것이다.

경기 후반전 분위기는 결국 LA양들이 벵갈 호랑이들에게 물리는가 했건만 경기종료 1분 29초를 남겨놓고 쿼터백 매튜 스태포드가 패스한 볼을 와이드 리시버 쿠퍼 컵이 받아내는 환상적인 터치다운 성공으로 신시내티를 제압했다. 

점수는 23대 20. 이 짜릿한 역전승 드라마로 쿠퍼 컵은 순식간에 영웅이 되었고 그 바람에 수퍼볼 최우수선수(MVP)로 등극하는 영예를 안았다.

이로써 램스는 세인트루이스 시절 첫 우승을 차지 한 뒤 22년 만에 빈스 롬바르디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홈구장에서 수퍼보울에 우승하는 역사상 두 번째 기록도 갱신하게 된 것이다.

어쨌든 램스의 승리로 LA는 난리가 났다. 

할리웃 언덕에 사시장철을 지키고 있는 HOLLYWOOD 사인판이 당분간 RAMS HOUSE로 바뀐다고 한다. 

16일엔 빅토리 퍼레이드도 다운타운에서 열렸다. 

그러나 떠들썩한 승리의 환호속에서도 수퍼보울 스타들은 하나같이 이게 모두 하나님의 은혜라고 간증(?)을 하고 나서는 게 아닌가?

우선 이번 수퍼볼에서 램스의 철벽방어에 수훈을 세운 에런 도날드는 네 번이나 '올해의 디펜시브 플레이어'에 선정되었던 스타 플레이어다. 

그는 트로피 세레머니에서 "하나님은 위대하시다. 우리의 승리는 하나님의 축복"이라고 말했다.

MVP로 선정된 쿠퍼 컵도 세레머니에서 "하나님은 좋으시다. 2019년 램스가 수퍼보울에서 패배했을 때 하나님께서는 내게 비전을 주셨다. 우리는 다시 수퍼볼에 돌아올 것이고 꼭 우승할 것이란 비전이었다"고 했다.

경기중반 왼쪽 발을 다쳐 아쉽게 퇴장했지만 경기초반 17야드 터치다운을 성공시켜 초반 리드를 이끌었던 와이드 리시버 오델 베크함 주니어도 이번 승리는 "정확하게 하나님의 계획이셨다"면 눈물을 흘렸다.

수퍼볼 오프닝 쇼를 장식했던 복음송 듀엣가수 에리카 켐벨 자매로 이루어진 '매리 매리'도 SNS에서 하나님께 감사, 이날 소파이 스테이덤에서 미국 국가를 부른 가수 미키 가이튼도 인터뷰를 통해 하나님께 감사. . . 수퍼보울 포스트 게임 세레모니가 갑자기 '하나님 찬양제'로 바뀐 것이다.

램스 뿐만 아니었다. 

벵갈스도 마찬가지였다. 

1988년 이래 수퍼보울에 진출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벵갈스 키커 에반 맥퍼슨은 지난주 미디어 인터뷰에서 "나의 강함은 하나님에 대한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고백했다.

수퍼보울이 꼭 주일에 열리기 때문에 목회자나 교회 어른들에게는 열받게 하는 게임이긴 해도 어찌하랴! 

수퍼보울이라면 이성을 잃고 미쳐버리는 그 버르장머리를 고쳐줄 수 없을 바엔 함께 즐거워 할 수 밖에 도리가 있는가?

더구나 수퍼보울 스타들을 통해 그 분의 거룩한 이름이 높여지는 하나님의 영광을 보는가? 

그리하여 우리 모두 함께 "하나님, 수퍼보울을 통해서도 영광을 받으소서!"

   <크리스찬 위클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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