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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시방 미국에 살면서 대한민국으로부터 '은혜'를 입고 사는 게 딱 한가지가 있다. 

군인연금도 아니고 이런저런 공무원 연금도 아니다. 바로 카카오톡이다.

카카오톡을 줄여서 카톡, 아예 그것마져 반토막을 내서 '톡'으로 통하는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다. 

"궁금하니 톡좀 해라!" 그러면 카카오톡으로 문자를 보내라는 말이다.

미국사는 한국 이민자들과 이렇게 바짝 밀착되어 있는 '한국산 서비스'가 어디 카톡 말고 또 있을까?

여기서 태어난 내 아들과 딸이 한국어 실력은 형편없지만 카톡만은 전화기에 깔아놓고 산다. 

우리 가족 '카톡방'이 있다. 거기엔 따로 사는 아들이 코로나 팬데믹을 두려워하지 않고 개선장군처럼 이 세상에 쳐들어온 손녀 사진을 매일 올려놓는다. 

때로는 동영상 서비스도 있다. 

예쁘게 크고 있는 손녀의 동영상을 보며 나는 매일 저녁 '헬렐레 할아버지'로 변한다. 

카톡이 주는 은혜다.

나는 신문사 원고청탁도 카톡으로, 광고비 왜 안 보내냐고 졸라대는 하소연성 협박문자도 카톡으로, 대부분의 보도자료도 카톡으로 받는다. 

이멜이나 버라이즌 문자서비스보다 훨씬 빠르고 편하다. 

그래서 카톡은 누가 뭐래도 '내 일상의 동반자'다.

골프나 마라톤, 하이킹처럼 취미 활동한다는 사람들 모이는 곳에 카톡방이 있고 웬만한 고등학교, 대학동창회는 거의 모두 카톡방을 갖고 있다. 

거기엔 세계 구석구석에 흩어져 사는 옛 동창들이 들랑달랑 하다 보니 마치 국제조직처럼 거창하게 보인다.

팬데믹 동안 대면예배가 중단되긴했지만 그나마 그리운 교인들과 소통하는 길이 열려있었으니 그게 카톡방이었다. 

교회 소식과 목사님의 목회서신이 전달되기도 하고 성가대와 구역 식구들이 그 카톡으로 소통하다 보니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성지순례단을 이끌고 터키나 이스라엘을 여행하다 보면 하루 일정을 마치고 들어와 호텔 로비에서 제일 먼저 참가자들이 목마르게 찾는게 그 호텔 와이파이 패스워드다. 

그걸 입력하면 동시다발적으로 전화기에서 터져나오는 "카톡" "카톡"이란 말이 호텔 로비에 메아리처럼 피어오른다. 

카톡이 연결되었다는 신호다. 

가족들과 연락을 주고받기 위해 여행하면서 카톡은 필수다.

국제전화는 비싸서 어림도 없다. 

그래서 카톡이 안 터지면 그 다음 날 여행을 죽 쑤는 참가자들을 많이 보았다.

그런데 이런 서비스가 공짜라니 이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그래서 은혜가 아닌가?

'대한민국 국민 메신저'로 자리잡은 이 카톡의 국내외 누적 가입자수가 지난해 기준 1억 명이고 하루 평균 송·수신 메시지가 110억 건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1억의 가입자에게 한 달에 1불씩 만 차지해도 한 달 수입이 1억 달러. 

이 천문학적 돈을 포기하고 공짜로 베푸는 것이다.

이 카톡을 시작한 사람이 '흙수저' 김범수라고 한다. 

시작한 지 11년 만에 118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15조 주식 부자가 되었다니 대단하게 성공한 사람이다. 

세상을 잘못 만나 감방에서 고생 끝에 엊그제 풀려난 삼성그룹의 이재용 회장보다 주식에서는 앞서는 부자가 되었다고 한다. 

한국국민의 72%가 이 카톡을 쓰고 있고 그러다보니 유튜브나 네이버를 제치고 앱사용자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하니 출세치고는 대박이다.

그 김범수 사장이 몸집을 불리다보니 대리운전까지 진출하면서 골목상권을 침해하자 지나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는 소리도 들었다. 

또 그분의 종교적 배경도 나는 잘 모르겠다. 

다만 카톡은 우리 한인이민자들에게도 너무 고마운 선한기업임에는 틀림없다.

카톡 못지않게 우리에게 고마운 미국기업을 들라면 '구글'이 있다, 

그 구글 10대 신조가운데 이런 항목이 있다고 한다. 

"악해지지 않아도 돈을 벌 수 있다(You can make money without doing evil)". 나는 카톡이 그런 기업이었으면 좋겠다.

레퓨테이션 인스티튜트(Reputation Institute)란 세계기업평판 조사기관은 지난 2019년 세계에서 가장 평판이 좋은 기업 1위는 롤렉스(스위스), 2위는 레고(덴마크), 3위는 월트 디즈니(미국), 4위는 아디다스(독일), 5위 마이크로소프트(미국), 6위 소니(일본), 7위 캐논(일본), 8위 미쉘린(프랑스), 9위 넥플릭스(미국), 10위 보쉬(독일)라고 발표했다. 한국은 하나도 없다. 왜 삼성이나 LG가 빠졌는지 잘 모르겠다.

어가는 한국기업들이 구글의 신조처럼 악해지지 않고 돈을 버는 기업으로, 세계인의 좋은 평판을 받는 선한기업으로 쭉쭉 뻗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김범수 사장이 혹시 미국에 오면 어느 돈 많은 장로님이 한인교계를 대표해서 LA갈비라도 한번 대접해 주는걸로 그분에게 격려의 박수를 쳐 주면 어떨까 싶다. LA갈비를 좋아 할랑가 모르지만.

<크리스찬 위클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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