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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던 올림픽이 드디어 도쿄에서 개막되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코로나 때문에 여느냐 마느냐로 어수선하더니 막상 열어놓고 보니 금메달을 향한 선수들의 집념과 투기가 올림픽 열기를 서서히 고조시키고 있다.

우선 개막식을 보면서 역시 스포츠는 국력의 반영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미국참가선수가 613명으로 최다, 그 다음이 일본 552명, 독일 425명, 중국 406, 프랑스 398명, 러시아가 328명이다. 

한국은 216명이다. 

중간이다. 

스페인(320)이나 캐나다(370)보다는 적지만 폴란드(210)나 체코(115명)보다는 앞선다.

이번 참가국은 총 206개국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국가는 모두 195개국인데 206개국이라니? 무슨 부풀리기 행정착오? 아니었다. '국가 없는 국가' 팔레스타인을 비롯해서 홍콩이나 괌, 버진아일랜드같이 어느 나라에 예속되어 있어서 군대도 없고 그래서 국가 구실을 제대로 못하는 독립지역이 포함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눈여겨보니까 미국같이 100단위로 나가는 국가도 있지만 참가선수가 작게는 2명부터 10명 미만인 국가도 수두룩했다. 

우선 투발루, 모레타니아, 안도라, 레소도, 나우루, 이런 나라들이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세인트 루시아,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 세인트 키츠 네비스, 이런 나라들이 지구상에 존재했다고? 

내 무식함을 통렬하게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던 개막식이라니! 

구글 검색에 들어가면 다 튀어나오는 분명하게 존재하는 나라들에 틀림없다. 

더구나 내전을 겪고 있는 시리아나 미얀마 선수들도 나왔다. 

미군 철수로 인해 탈레반 앞에 풍전등화 격인 아프가니스탄에서도, 그리고 이스라엘과 맞짱 뜨다 허무하게 손들고 멈춰선 팔레스타인에서도 선수들이 왔다.

그런데 이렇게 2~3명이 입장하는 작은 나라들이라고 선수들이 쫄고 있었는가? 

웬걸, 그게 아니었다. 

제일 많은 선수가 들이닥친 미국 선수들을 향해서 "너희들이 국대(국가대표)야? 나도 우리나라 국대라고!" 그렇게 대들 듯 의기양양, 자신만만, 의기충만이었다.

그 개막식 모습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생각이 교회로 튀는게 아닌가? 

왜 작은교회 목사님들은 대형교회만 만나면 한없이 작아 져야 하는가? 

지극히 주관적인 관찰이겠지만 내게는 그렇게 느껴진다.

개척교회를 시작해서 30~40여 명이 모이던 작은교회 담임목사였던 나는 큰 교회 목사님을 만나면 사시나무 떨듯이 떨곤 했다. 

열등감 때문에? 

교회가 작은 걸 함량미달 목사인 내 잘못이라고 자학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니면 교회도 '크고 봐야 장땡'이라는 교회론에 대한 신학적 오리엔테이션이 전혀 잘못되었기 때문이었을까?

대형교회 목사님이라면 영성도 대형이고 겸손이나 온유함도 대형인가? 

대형교회라면 싸잡아 깎아내리려는 의도가 아니다. 

솔직히 말해 대형교회를 일으킨 목사님들은 뭘 봐도 다른 데가 있다. 

그러나 흔히 말하는 교회 사이즈와 목회자의 자질은 반드시 정비례하는 공식은 아니라는 점을 짚고 넘어가자는 것이다. 

작은 교회를 하면서도 설교나 영성이 탁월하여 대형교회 저리가라는 목사님들도 허다하다. 

그 잘난 숫자 때문에 대형교회 앞에서 스스로를 하시하거나 대형 컴플렉스에 짓눌려 살고 있다면 그건 작아서 오히려 아름다울 수 있는 것들에 대한 비겁한 기만이다.

최경주 선수가 PGA에서 뛰고 있는 임성재나 김시우 선수 등을 데리고 도쿄 올림픽에 참가하고 있다. 

그가 팀장이다. 

그가 한 말이 있다. 

"우리 선수들 목숨 걸고 올림픽에 참가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참가를 거부하는 선수들도 많았다. 

이들 두 한국선수는 영국에서 열리는 메이저 대회 '디 오픈(The Open) 챔피언십' 경기도 포기했다. 

물론 메달을 따면 군 면제란 특전이 주어지긴 하지만 우선은 국가의 명예를 걸고 도쿄로 갔다.

목숨 걸고 올림픽에 간다는 최경주의 말처럼 모든 교회 목사님들은 사실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면서 목숨걸고 목회 현장을 지키며 악전고투하고 있는 중이다. 

그 분들이야말로 바로 교회의 '국대'인 셈이다.

그렇다면 크고 작음에 컴플렉스 따위는 필요 없다. 

영토나 국력으로 따지면 한주먹거리에 불과하지만 작은 나라 선수들이 큰 나라 선수들 보고 "너희들이 국대야? 나도 국대라고!" 그런 배짱으로 사이즈에는 주눅 들지 말자.

그러므로 이 세상 작은교회 '국대'들이여! 

장차 하나님이 걸어주실 금메달만 바라보고 질주하면 된다. 

마치 코로나 겁내지 않고 금메달에 도전하는 저 도쿄 올림픽의 국대들처럼…

<크리스찬 위클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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