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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물러가면 미국의 고질병 중 하나인 총격 사망사고는 수그러들겠지 생각했다. 

워싱턴 정계를 쥐락펴락하는 강력한 로비 파워를 가진 총기협회가 공화당과 단짝인 줄만 알고 민주당 정부가 들어서면 총기범죄는 한산해지겠지 했는데 이게 웬걸, 바이든 시대가 열리면서 총기사건은 매일이 멀다하고 터져 나오고 있는 중이다. 

무고한 시민들은 하염없이 쓰러지고 CNN은 허겁지겁 현장에 달려가 브레이킹 뉴스로 사건을 보도하느라 숨이 찬다.

물론 바이든 대통령이 이같은 비극적 현실을 모르는건 아니겠지만 코로나로 가슴에 눌려있던 험악한 분노의 방아쇠가 이렇게 제어되지 못하고 폭발하고 있으니 이것마저 코로나의 반작용이란 말인가?

그러자 미 연방 범죄수사국(FBI)가 나서기 시작했다. 총기 난사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기억하기 쉽게 구호처럼 만든 것이다. 

바로 "도망치고 숨고 싸워라(Run, Hide, Fight)"는 말이다.

FBI는 총기난사 상황을 만나면 총소리를 듣는 순간 도망치라(Run)는 것이다. 

제자리에 얼어붙는 것은 최악의 행동이라고 한다. 

1초, 1초가 중요하기 때문에 절대로 제자리에 쪼그리고 앉지 말라는 것이다. 

만약 도망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면 숨어야 한다(Hide). 

전문가들은 총기 난사 상황을 통상 3분 정도로 보고 있다. 그 시간 동안 정확히 무엇을 할지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그로서리 마켓이나 영화관, 은행, 학교 등에 갈 때 비상 출구를 확인해두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데 도망치거나 숨는 것 모두 불가능할 경우 아! 

그 절망적인 순간에 남는 선택지는 단 하나! 

싸우는 것(Fight)이라고 FBI는 조언한다. 

태권도를 배워둔 것도 아닌데 저 총 쏘는 놈과 맞장 떠서 싸우라고? 

그러나 남은 최후의 방법이 그것 하나일 때는 어쩌랴! 

그래서 FBI는 총기 난사범과의 정면 대치는 극도로 위험하기 때문에 '최후의 수단'으로만 삼아야 하고 범인과 부득불 싸워야 할 때는 그가 총을 재장전하는 때를 기다리라고 설명하고 있다.

총기 난사 상황에 직면했을 때 이렇게 차분하게 대처하는 게 참으로 가능할까? 

그러나 매일 방탄 쪼기를 입고 생활하지 않는 한 우리에게는 매우 도움이 되는 매뉴얼임에는 틀림 없다.

소방당국은 화재 현장을 만나면 "멈추고 누워서 굴러라"고 말한다. 

불이 났을 때 대처하는 간단한 매뉴얼이다.

LA같이 지진이 많은 지역에선 지진 매뉴얼은 항상 숙지 대상이다.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마찬가지다. 

늘 머릿속에 담고 살아야 한다. 

지진이 났다 하면 우선 Drop(몸을 낮춰 머리를 무릎 쪽으로 숙이고), Cover(손과 팔로 머리와 목을 감싸고), Hold On(흔들림이 멈출 때까지 기다린다)하라는 것이다. 

초등학생들도 달달 외우는 지진 대처 매뉴얼이다.

가만 있자. 

그럼 지진이나 총기 난사 사건과 비교할 수 없는 이 세상 '말세 매뉴얼'을 우리는 외우고 있는가?

성경에는 말세의 징조에 관해 설명해주는 여러 말씀들이 있다.

 우선은 '가짜 그리스도'가 출현한다는 것이다. 

난리와 난리의 소문이 날 것이고 기근, 지진, 역병이 있고 사랑이 식어질 때가 말세의 징조라고 예수님은 가르치고 계시다.

"내가 곧 Second Coming Jesus"라느니 '재림예수'라고 진지하게 헛소리를 퍼트리고 다니는 사람들이 더러 있기는 했지만 요즘엔 잠잠해 진 것 같다. 

미군이 후세인을 무찌르기 위해 이라크로 쳐들어 갈 때 그게 말세의 징조라고 외치던 어른들도 있었다. 

요즘엔 그런 난리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탈레반의 만행이나 이슬람국가(IS)의 잔인한 폭력도 뜸해 졌다. 

오히려 그 지긋지긋하던 아프가니스탄에서 오는 9월 미군을 완전히 철수시킨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결심이 섰다고 하니 오히려 난리가 아니라 이 지구촌에 평화의 비둘기가 떼 지어 날아 오르려나?

말세의 징조를 제멋대로 해석해서 신실하게 신앙생활에 열중하던 건강한 성도들에게 겁주기를 밥먹듯 하던 '말세론 애호가'들은 요즘 코로나 역병이란 신종 아이템을 아주 즐겁게 애용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누가복음에 보니 예수님은 말세에 관한 징조들이 나타날지라도 '끝은 곧 되지 아니하리라'며 종말 유보 자세를 취하신 후에 우리에게 그런 징조가 나타나면 오히려 매뉴얼을 잘 준수하라고 말씀하고 계시다. 

주님이 당부하시는 말세 매뉴얼을 한마디 슬로건으로 환산하면 '깨어 있으라'는 말씀이시다.

그 말세는 지구상의 모든 사람에게 덫과 같이 임할 것이니 방탕함과 술 취함과 생활의 염려로 마음이 둔하여지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말세 매뉴얼.

다른 건 몰라도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면서 누구에게나 '생활의 염려'가 따따불로 늘어난 건 사실이다. 

그 놈의 코로나 때문에 돈 걱정, 교회 걱정, 건강 걱정으로 누적된 생활의 염려. . .

그런 염려로 마음이 둔하여지지 않도록 늘 깨어 있어야 할 우리들의 말세 매뉴얼을 기억하며 살자.

총기난사현장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지진과 화재 현장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매뉴얼이 필요하듯 부활의 첫 열매가 되신 주님을 따라 살기위하여 필요한 우리들의 영적 매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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