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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장합동 제104회 총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 충현교회(한규삼 목사) 예배당 스크린에 'WEA와의 교류'에 대한 총대들의 투표결과가 공개되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총회장 김종준 목사)이 ‘세계복음주의연맹(WEA)와의 교류를 금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결론 냈다.


제104회 총회 둘째 날인 24일 신학부는 총신대 신대원 교수 5인이 지난 회기 동안 연구한 결과를 소개하며 “WEA가 예장합동이 지켜오고 추구하는 신학적 입장과 크게 다른 점을 찾아볼 수 없다”고 발표했다.


신학부는 “WEA에 신학적으로 의혹이 있다고 여겨지는 부분을 공개 질의해 WEA 신학위원장 토마스 쉬르마허가 보내온 답변도 검토했다”며 “답변에서 WEA 측은 종교다원주의, 자유주의 신학, 카톨릭 신학, 동성애, 공산주의에 반대하며 로마 카톨릭과 선교·전도에 대해 어떤 합의서도 발표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신학부 보고 후 총대들은 찬반을 둘러싸고 발언에 나섰다. 나학수(광주 빛고을교회) 목사는 “WEA는 지금까지 세계교회협의회(WCC), 로마카톨릭과 같은 길을 걸어오고 있다”며 반론을 제기했다.
또 “WEA의 가장 큰 문제는 포용주의”라면서 “비진리를 주장하는 WEA와 가까이 하다보면 복음주의 신앙이 변질될 위험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성규(부산 부전교회) 목사는 “교류 금지를 주장하는 이들이 우려를 제기하는 2001년 7월 WCC·WEA 공동합의서 자료를 확인한 결과 여기 제시된 동맹의 의미는 ‘교류적 동맹’이 아닌 ‘사역적 동맹’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동성애를 지지하는 사회 문화 속에서 이를 막아내기 위해 양측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의미였다”고 덧붙였다. 또 “국내 최대교단이며 국제적으로도 큰 영향력을 행사해야 하는 예장합동 교단이 고립주의로 가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찬반 논의 후 진행한 전자식 투표에서는 신학부 보고에 찬성하는 총대가 537표 반대하는 총대가 448표를 얻었다.


이어진 ‘로마카톨릭 이교 지정의 건’에서는 WEA와의 교류 건보다 더 뜨겁게 격론이 이어졌다.
신학부가 전현직 총신대 교수 5인의 연구논문을 근거로 “로마카톨릭을 이교로 지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하자 찬성 반대 입장이 격렬하게 맞붙었다.


한 총대는 “로마카톨릭은 우리 믿는 유일한 하나님을 믿지 않고 태양신을 숭배하는 사상을 품고 있으며 마리아 여신을 믿는다”며 “근본 뿌리가 다른 이교라고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총대는 “예장합동과 동일한 신학적 입장을 표명하고 교류하는 세계 각처의 장로교단과 개혁교회 교단들 가운데 로마카톨릭을 이교로 지정한 곳이 없다”며 “이교 지정을 결의한다면 세계 교회로부터 큰 저항을 받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30분 넘도록 양측 주장이 첨예하게 갈리며 분위기가 격앙되자 신학부장 고창덕 목사가 발언에 나섰다.


고 목사는 “로마카톨릭 이교 지정은 감정이 아니라 신학의 문제”라며 “이를 두고 교단이 분열되는 느낌을 받기까지 해 우려스럽다. 여기서 논의를 멈추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고 목사의 중재발언에 총대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결국 김 총회장은 신학부 보고 중 ‘로마카톨릭 이교 지정의 건’은 받지 않는 것으로 논의를 종결했다.


신학부 보고에서는 성서한국, 청어람,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교회개혁실천연대, 좋은교사운동, 복음과상황 등 6개 기독교 단체의 설립 목적과 성격에 대한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성서한국과 청어람에 대해서는 “일부 강좌에서 낙태, 동성애 문제 등에 대해 진보적 견해를 소개해 예장합동 산하 교회에 신학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교단 산하 성도 중 개인적 참여 및 활동을 원한다면 담임목회자 및 당회의 적절한 지도가 요망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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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장합동 총대들이 리모콘을 활용해 전자식 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기독연구원 느헤미야에 대해서도 “소속 교수들의 저서와 강연을 보면 ‘한국교회에 대한 지나친 비판’ ‘이신칭의에 대한 관점’ ‘한국 개신교를 근본주의로만 평가하려는 점’ 등 예장합동의 신학적 입장과 차이가 있어 우려된다”며 “이 단체의 세미나 및 교육에 참여하려면 담임목회자의 지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에 대해서는 “교회를 개혁하고 갱신하려는 노력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그 방향이 장로교 원칙에 따른 게 아니라 단순히 민주적 교회운영의 관점에서 이뤄지고 있어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좋은교사운동에 대해서는 “예장합동의 많은 목회자와 교수들이 기독 교사들에 관심을 갖고 ‘좋은교사’ 잡지에 좋은 글을 기고하고 있기도 하다”며 “공교육 현장에서 개혁신학과 신앙을 가진 기독교사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도록 좋은 영향을 끼쳐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복음과상황에 대해서는 “대체로 사회적 문제에 대한 건전한 논의들이 있으나 일부 주제에 있어서는 예장합동의 입장과 다른 진보적 입장에 있는 글이 실리고 있다”며 한국사회와 한국교회의 성숙을 위한다면 복음적인 글을 성경적 관점에서 균형있게 실어줄 것을 요청했다.


<국민일보 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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