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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 사모 A씨는 14년 전 그날을 잊지 못한다. 

남편은 선교지 답사차 필리핀을 찾았다가 승합차 전복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승합차에는 부교역자였던 A씨 남편뿐 아니라 담임목사와 동료 목회자, 이들의 가족도 있었다. 

당시 30대였던 A씨는 태어난 지 한 달이 갓 지난 자녀를 돌보다 비보를 접했다. 

마음을 추스르는 일도 중요했지만 그가 가장이 됐기에 교회 사택을 떠나 당장 살 집과 생계수단, 갓난아기의 돌봄 방안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였다.

급작스레 오갈 곳 없는 처지가 된 A씨 손을 잡아 준 건 남편의 소속 교회였다. 

교회는 후임 목회자 청빙과 관계없이 A씨 가정에 사택과 사례비를 제공했다. 

이런 배려 덕에 주거와 생계 문제를 해결한 그는 현재 권사 직분을 가지고 해당 교회 사역에 힘을 보태고 있다.

A씨처럼 남편과의 사별로 사역지와 주거지, 생계부양자 상실이란 삼중고를 겪는 목회자 유가족 가정의 가장 큰 어려움은 경제 문제였다. 

월평균 소득은 최저생계비(2인 가구)보다 43만여원 적은 152만3363원으로 빈곤에 노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총회장 이순창 목사) 도농·사회처는 20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2022년 목회자유가족협의회 회원 실태보고 발표회'를 열고 설문 결과를 공개했다. 

목회자유가족협의회(목유협·회장 김경애 사모)는 2006년 설립된 예장통합 총회 산하 단체로 현재 140여명의 회원이 등록돼 있다. 

회원 120명이 참여한 설문조사는 지난 7월 11일부터 한 달간 온·오프라인으로 진행했다.

조사 결과 목회자 유가족 가정은 사별 후 겪는 어려움으로 '경제 문제'(80.9%·복수응답)를 가장 많이 꼽았다. 그다음은 '자녀 양육·교육'(30.4%) '건강 문제'(23.5%) 순이었다. 

배우자 상실로 인한 '정서 문제'를 호소한 이들은 20.0%였다.

목회자 유가족의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152만3363원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가구 구성원 평균은 1.79명으로, 2인 가구를 기준으로 할 때 이들의 평균 소득은 최저생계비(195만6051원)보다 43만2688원이 더 적다. 

주요 소득원은 사모 본인 소득(64.9%·복수응답)과 성장한 자녀의 소득(36.8%)이었다. 정부 보조금(31.6%)에 비해 교회(10.5%)와 노회(1.8%) 지원은 미미한 편이었다. 

교회보다 정부의 사회복지 정책이 목회자 유가족의 생계에 더 도움을 주는 셈이다. 

정부 보조금은 국민연금과 기초생활수급비 등이었다.

본인 소득으로 생계를 꾸리는 사모가 절반을 넘었지만 직업 안정성은 낮았다. 

직업이 있는 응답자 가운데 직업군을 '일용직'으로 답한 이들은 26.4%였다. 

요양보호사와 단순노무직은 각각 13.9%와 9.7%였다. 

또 이들은 직장생활에서 가장 큰 어려움으로 저임금(32.8%)과 일자리가 일정치 않음(20.9%)을 꼽았다.

이날 조사 결과를 발표한 류성환 글로벌디아코니아센터 연구원은 "회원 고령화와 고용 환경의 변화를 고려해도 직장생활 애로 사항으로 저임금과 불안정한 직업 환경이 전체 응답의 53.7%를 차지하는 건 이들의 일자리 취약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

"이라고 진단했다.

김경애 목유협 회장은 "목회자 유가족이 된다는 건 사랑하는 배우자와 신뢰하던 목회자를 동시에 잃는 황망한 경험을 하는 것"이라며 "슬픔 가운데도 남은 가족의 내일을 책임져야 하는 이들의 상황 개선을 위해 한국교회가 더 많은 관심을 갖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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