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입학 정원을 늘리는 일로 나라가 시끄럽다. 

의사 증원은 의료 수요 충족을 위해서라지만 의사의 기득권을 견제하고 해소하는 효과도 있다. 

의사단체가 증원에 반대하고 대학입시가 의대를 중심으로 과열되는 것은 결국 이 직종의 실질적 가치에 대한 공통의 인식에 기반한다. 

의사 수를 늘리면 자연히 수입이나 사회적 지위가 조정될 것이고, 그에 따라 관련 입시 경쟁도 완화될 것이다.

이번 소동은 고정 인원을 선발하는 전문직과 공공직의 규모 조정이 가지는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공공의 유익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 수가 적정하지 않으면 부당한 권력과 부조리, 비효율이 초래된다. 이는 비단 의사의 경우에 국한되지 않는다. 

기왕 의사 수를 늘리기 위해 상당한 사회적 진통을 겪는 김에 다른 주요 직종의 경우도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의사 수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국회의원 수다. 

300명이 5000만 국민을 대표하다 보니 이들이 가진 실질적인 권한은 막강하다. 

국회의원의 각종 특혜를 문제 삼으며 수를 줄이자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직접적인 해결책이 아닐 뿐 아니라 근시안적이다. 국회의원이 줄면 의원 한 명의 권력은 그만큼 더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특혜도 줄이고 세비도 줄이되 그만큼 국회의원 수를 늘리고 책임을 엄히 묻는 것이 이들의 권력을 견제하는 데 더 효과적이다. 

국회의원이 되는 것의 개인적 유익이 크지 않으면 지금처럼 사리사욕에 눈먼 자들이 국회를 넘보는 일도 줄 것이다.

법조인 수도 태부족이다. 법관과 검사는 인원 부족을 이유로 재판과 사건 조사의 시간, 순서를 조정하는 권한을 슬그머니 독점한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 힘없는 자의 재판을 기약 없이 미루고, 자기들이 원하는 사건을 신속히 처리할 수 있다. 

변호사 수임료는 서민들에게 턱없이 비싸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현실이다. 

법조인이 많아지면 검찰 조사와 법원 판결이 빨라지고 더 많은 사람이 부담 없이 법률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또 법조인이 그 희소성을 방패 삼아 조선시대 사또 흉내를 내는 고약한 버릇을 내려놓고 법을 정확히 해석하고 사실을 명확히 따지는 기계적인 역할에 머물게 하는 효과도 있다.

군인 수는 많아 문제인 경우다. 

엄청나게 비싼 최첨단 무기를 운용하는 현대전 시대에 1년 반 복무하는 병사와 그들을 통솔하는 장교가 그렇게 많이 필요한지 의문이다. 

징병제가 가지는 상징성이 있지만 냉정하게 비용 대비 효율을 따져 군인 수를 줄이고 모병제 도입을 고민해야 한다. 

전체 규모를 줄이는 대신 장교와 직업군인의 보수를 획기적으로 올리고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전문직으로 만들 수 있다. 

젊은이가 군복무를 징벌처럼 생각하고, 장교가 권력의 눈치를 보고 정치권에 얼쩡거리는 일도 자연히 없어질 것이다.

특정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이 늘면 질이 떨어진다는 말은 반 정도만 사실이다. 

의사, 법조인, 국회의원이 많아져 그 직업을 가졌다는 사실만으로는 권위를 누리지 못하게 되면 그들의 진짜 질을 평가, 견제, 배제할 수 있는 시민의 권한이 확대된다. 

군인 수 축소를 전투력 하락과 연결할 이유도 없다. 오히려 조직 축소가 효율성 증대와 부조리 척결을 이끌어낼 것이다.

이런 제안이 시민과 국가를 위해 진실하게 일하는 이들의 노력과 헌신을 폄훼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몇몇 의사, 법조인, 국회의원, 군인이 매일 뉴스를 독점하면서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하는 것이 과연 우연한 개인의 일탈인가. 

이들이 연루된 다수의 논란 이면에는 이들 직종의 수적 규모라는 구조적 문제가 있고, 이를 적극적으로 해소해야 더 큰 혼란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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