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CF6185.jpg

손원배 목사




지난 목회 25년여간 참 열심히 일했습니다. 


가족에게는 미안했지만 제 아내가 저를 하숙생이라고 부를 만큼 거의 매일 아이들이 자는 새벽에 집을 나와서 아이들이 자는 밤에 들어갔습니다. 


저 같이 쓸모없고 부족한 사람을 사용해주시는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여 섬겼습니다.


그러면서 그렇게 열심히 섬기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크고 넓은 새 건물로 이사를 와서도, 최근에 여러 교회를 다녀보기까지는, 담임목사님들이 그렇게 넓은 사무실에 좋은 가구와 크고 긴 회의용 탁자를 놓고 권위를 갖추는 것을 몰랐습니다. 


성도님들이 접근하기 쉽도록 사무실 공간에서 가장 붐비는 복사기 있는 곳에 제 사무실을 정하고 누구든지 들어오실 수 있도록 문을 늘 열어놓았습니다.


지난 25년여간 교회 재정에 대해서는 1불도 제 마음대로 쓰지 않았고, 재물에 욕심을 내어 사례 인상이나 도움을 요청한 적이 없어서, 제직회나 공동의회를 인도할 때에 제가 주장할 것도 없고 변명할 것도 없으니까 너무 편안했습니다. 


25년여간 목회를 하며 제가 부족하여 성도님들과 의견충돌도 하고 갈등도 있었지만, 먼저 화해를 시도하고 사과하는 것은 제 기억에는 항상 저였습니다. 


그래서 늘 편안하게 잠을 잤습니다.


하나님의 말씀과 뜻은 담대히 전하되, 담임목사로서 제가 가진 권위와 영향력을 부당하게 이용하여 성도님들을 압박하지 않았고, 저희 가족도, 두어 번 방문하셨던 저의 어머니도 저의 지위 때문에 특별한 대우를 받으시지 않도록 조심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저도 이만하면 괜찮은 목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전혀 그것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제가 착하고 설교와 삶이 일치하는 목사라는 분에 넘치는 칭찬을 많이 들었지만, 그것도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근본적인 변화'  곧 술, 세상, 욕망에 중독되어 살던, 하나님을 알지 못하던 사람들이 죄를 깨닫고 회개하고 “어두움에서 빛으로, 사단의 권세에서 하나님께로” 돌아오는 본질적인 변화가 없다면(행26:18), 저의 열심도 착한 것도 어떤 업적도 아무 소용이 없고, 제 목회와 설교도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목회편지.jpg


변화! 

변화되지 않는 사람들! 


50년 설교를 듣고 20년 성경공부를 하고 10년간 신앙생활을 해도 좀처럼 변화하지 않는 사람들! 

여기에 목회자들의 절망이 있고, 부모님의, 감옥 간수들의, 선생님들의 절망이 있습니다. 

그러나 바로 여기에서 깨닫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본질적으로 변화시킬 수는 없다는 사실을...


오직 하나님만이 사람을, 나를, 내 자녀를 본질적으로 변화시킵니다. 

하나님 앞에 좀 더 솔직하게 서서 제 모습을 살펴봅니다. 


잘 해야 인간 수준인 저의 착함, 열심, 지혜를 내려놓고, 성령 안에서 기도하며 순종하는 삶을 살며 전능하신 하나님의 손에 쓰임 받는 2018년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실제적인 변화, 영혼 구원이라는 참 열매를 맺기 위하여...


<임마누엘장로교회 담임>

목회자컬럼기사보기